퇴직 중장년의 ‘몸값(?)’
퇴직 중장년의 ‘몸값(?)’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0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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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관장을 역임하고 퇴직한 친구도 있지만 아쉬운 것은 이 당당했던 친구들이 퇴직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들보다 5년 앞서 명퇴(名退)의 길을 찾았다. 뒤늦게 퇴직한 친구들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기술이 뭐냐고 물어보면 곧잘 ‘경영 마케팅 전문가’라고 대답한다. 사실 마케팅은 ‘지식’이지 ‘기술’이 아니다.

나같이 행정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문돌이(?)에게 특별한 자격증이 있을 수 없었고, 공대 출신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 흔한 기사 2급 자격증을 가진 친구도 드물다. 이유를 물어보니 80년대 초에는 워낙 취업이 잘 되었기에 굳이 자격증을 취득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의 공직생활과 함께 대학 강의를 했다지만 사실 내가 가진 자격증은 ‘운전면허증’이 전부다. 운전면허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을 살펴봤다. 대리운전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는 게 걱정이고, 법인택시운전은 지리를 잘 몰라서 걱정이다. 택배기사는 한참을 생각해도 자신이 없다. 나 자신을 포함한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기 때문에 일어나는 웃픈 이야기다.

취업과 관련해서 세간에는 “청년 취업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기보다 어렵고, 중장년의 재취업은 고래가 바늘귀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돈다. 청년이건 중장년 반퇴자(半退者)건 그만큼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이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 반퇴자와 중장년을 채용하는 기업의 눈높이에 따른 커다란 차이다.

중장년전직지원에 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고용주와 중장년 반퇴 근로자 사이의 가장 큰 생각차이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 없는 자질인데, 중장년 반퇴세대 근로자에게는 가장 필요한 자질로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는 중장년 반퇴 구직자가 보완해야만 한다.

또, 2015년 전경련에서 조사한 ‘구직활동을 하는 중장년 구직자의 재취업에 대한 인식조사’에 의하면 구직활동 중인 중장년 구직자의 34.4%가 경영·사무직군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 착각이다. 이제라도 기술직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된 기술을 습득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중장년 구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4천900만원의 연봉을 희망하는데, 대한민국에서 변변한 기술 없는 50대 중반 아저씨에게 4천900만원의 연봉을 지불할 회사가 얼마나 될까? 실제로 기업에서 중장년 구직자가 아닌 경력 사원에게 지불하려는 연봉 수준은 3천만원이다. 사실 변변한 기술이 없는 중장년 아저씨, 나의 적정 몸값은 퇴직 전과 비교해 얼마 정도면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매우 갑갑해진다. 아마도 퇴직 전 연봉이 7천만원이라고 가정하면 30%인 2천100만원 정도가 적정 연봉이 되지 않을까? 2018년 최저임금 157만3천770원을 조금 웃도는 섭섭한 금액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정도 일자리도 찾기가 쉽지 않다.

만일 나를 포함한 동기들이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좋은 조건의 일자리 제안이 들어와도 그 일자리의 가치를 못 느끼고 놓칠 가능성이 크다. 얼마안가 전에 제안 받은 조건이 얼마나 좋은 조건이었는지 느끼면서 후회할 것이다. 중장년 반퇴자가 성공적인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본인의 생각 사이에 나타나는 간격을 좁히는 노력이 우선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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