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알린다는 사명감에 보람 한가득이죠”
“우리 고장 알린다는 사명감에 보람 한가득이죠”
  • 김정주
  • 승인 2018.11.0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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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혜 울산박물관 도슨트 모임 회장
도슨트란 무슨 의미일까? 답변은 ‘열공’의 흔적인 최 회장의 메모쪽지가 대신했다. ‘일반 관람객들이 전시유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전문안내인. 전시물(미술품, 문화재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많은 미술관, 전시관, 박물관에서 도슨트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184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파생됐고, 업무적인 면에서 ‘큐레이터(curator)’와는 차이가 있다.



“선생님” 호칭 도슨트, 2곳에 38명

박물관을 움직이는 것은 학예사나 행정공무원만이 아니다. 도슨트의 존재는 그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관람객과 직접 부딪히면서 이들을 안내하고 해설해줄 도슨트가 없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쉬 짐작이 가는 일이다.

울산지역 도슨트의 역사는 박물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울산박물관이 문을 연 시점은 2011년 6월 22일. 도슨트는 그때도 존재했고, 울산박물관 도슨트 1기생 8명의 활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들만의 세계를 조심스레 넘보기로 했다. (참고로, 울산에서 ‘박물관’ 명패가 붙은 곳은 9군데. 모두 ‘울산 박물관협의회’ 멤버들이다.)

“도슨트를 두고 있는 박물관은 울산박물관과 대곡박물관 2곳일 겁니다. 울산 32명, 대곡 6명을 합쳐 모두 38명이죠. 대부분 여자들이지만 남자도 2명씩 해서 4명은 되고.”

‘남자 도슨트’란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 다음 말은 더 흥미를 끌었다. 4명 모두 이전 직장에서 정년·명예퇴직을 맞이했고 나이가 ‘6학년’이라면 이른바 ‘인생 2모작’ 농사에 막 뛰어든 셈이다.

최 회장이 대충 파악한 도슨트들 38명의 연령대는 40대 초반∼60대 중반. 전업주부들이 대부분이라 했다. 특이한 것은 서로의 호칭이 “선생님”이란 사실. ‘존중’과 ‘자긍심’의 반영이지 싶었다.



“금전 아닌 봉사·자아실현에 큰 보람”

자원봉사 정신으로 일하는 박물관 도슨트들의 보람은 금전적인 것과는 제법 거리가 멀다. ‘봉사정신’과 ‘자아실현’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울산의 역사와 민속, 지리, 인물을 잘 몰랐던 분들에게 울산을 제대로 알리는 것도 그 못지않은 보람이다.

최 회장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돈 보고 뛰어든다면 당장 실망하실지 모릅니다. 저희 도슨트들은 ‘봉사마인드’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있다. “울산이 고향이면서도 울산박물관은 처음 오셨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낡은 고서, 깨진 고철조각을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나면 표정부터 달라지죠. ‘박물관 오기 전까지는 울산을 너무 몰랐다’거나 ‘우리 울산에 이렇게 소중한 유물이 있는 줄 몰랐다’며 새삼 고마워하실 때 저희들의 보람은 하늘을 찌른답니다.”

최 회장이 도슨트의 세계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14년 1월. 그 한 해 전 연말에 치른 울산박물관 도슨트 선발시험을 떠올린다. 그 당시 5명 뽑는 데 28명이 지원했다면 경쟁률이 자그마치 5.6 대 1이다. “생활정보지 모집광고를 보고 멋있겠다 싶어서 지원했죠.” 한참 망설이다 마감당일 응시원서를 냈는데 용케 합격했다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필기시험이 끝나면 실기 테스트로 전시장 영상물을 비춰주면서 해설을 시연해 보여야 했고, 마지막엔 면접도 보아야 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새내기 도슨트들의 그 다음 순서는 1개월간의 연수. 울산지역에서 출토된 전시유물과 국보·보물에 대한 소양교육은 물론 관람객 응대 매너도 착실히 익혀야 한다. 그렇다고 그게 끝은 아니다. ‘고참’들에게도 ‘심화 과정’이 주기별로 기다린다. 최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달인’의 경지에 다다를 수도 있다. 해설의 깊이가 한층 깊어지는 것이다. “해설 포인트에 따라 관람객들의 반응이 달라지죠. 그러니 자습을 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죠.” 쉬는 시간에도, 집에 가서도 관련 자료나 책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는 게 최 회장의 귀띔이다.



“관람에티켓 제대로 지켜야 문화시민”

그러나 마음이 언제나 편할 수는 없다. 눈살 찌푸려지는 관람문화로 속상할 때는 더 그렇다. “자식 또래 젊은 엄마한테 멱살을 잡힌 적도 있었죠.” 사연인즉슨 이랬다. 어린이체험관에서 한 아이가 계속 소리를 질러 그러지 못하게 말렸더니 젊은 아이엄마가 ‘우리 애한테 왜 그러냐?’며 막무가내로 대들더란 것. 결국 나중을 생각해서 꾹 참고 사과까지 했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는 얘기였다.

“박물관을 많이 찾아주시는 건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죠. 하지만 ‘공공장소’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관람예절을 제대로 지켜주기를 바라는 당부였다. 어린이체험관 같은 곳은 미끄러지는 사고 위험도 있어서 음식이나 물은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무척 신경을 쓰지만 어쩌다 그르칠 때가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어릴 때부터 심어 주셨으면 해요. 관람 에티켓을 제대로 지켜야 문화시민 아니겠어요?”

주말과 공휴일을 가족과 더불어 마음 놓고 보낼 수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의 하나다. 이런 때일수록 관람객들이 더 많이 찾는 탓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도슨트 전원이 ‘사명감’ 하나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남구 달동 굿모닝병원 건너편에서 태어나 울산여상과 울산대학교(81학번, 경영학 전공)를 나온 최 회장으로서는 남다른 사명감 하나가 더 있다. “그런 제가 울산을 잘 모른다는 게 부끄럽다고 느껴진 때가 분명히 있었죠. 고향 공부를 혼자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사명감으로 무장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도슨트실, 가족분위기 물씬한 일류뷔페”

그렇다고 궂은 기억만 따라다니는 건 아니다. 기분 좋은 기억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도슨트들끼리 한데 어울려 맛보는 점심도시락 맛은 집에서 맛보는 그것과는 차원부터가 다르다. “한 사람이 맛있는 반찬 두세 가지는 꼭 챙겨 와요. 일류 뷔페가 안 부러운 거죠. 그걸 같은 공간(도슨트실)에서 서로 나눠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가족처럼 친밀해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겠죠?”

최성혜 회장은 그러나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이 두 가지 있다. 박물관 2층 ‘우리만의 공간’인 도슨트실을 개방하는 일과 수고한 대가로 받는 수당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것이 그것. 도슨트 수당은 일반 문화관광해설사와 같지만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울산지역 박물관 도슨트들의 필수근무일은 매월 8일간. 하지만 보통 12∼13일 정도는 근무한다고 봐야 한다. 요즘처럼 ‘특별전’이 열리는 때는 평소보다 좀 더 많은 인원과 시간이 소요된다.

근무시간은 공무원과 동일한 오전 9시∼오후 6시. 그러나 이상목 신임 관장(전 암각화박물관장)이 부임한 후로는 근무환경이 좀 더 나아졌다. 회장단 역할이 컸다.

“매년 연말에 뽑히는 회장단(회장·부회장·총무)의 임무는 도슨트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박물관 측에 전달하는 것이죠. 지난 1일 이상목 관장님을 처음 면담하는 자리에서 두 가지를 건의했죠. 겨울철 퇴근시간을 30분 앞당겨 오후 5시30분으로 하고, 관람객이 뜸할 땐 잠시 앉아서 쉴 수 있게 1층 입구에 1인용 데스크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죠. 관장님은 고맙게도 다 들어주기로 하셨어요.”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 송수용(62) 씨와의 사이에 장남 송석영(34, 엔씨소프트 근무), 차남 송석원(32, 국가공무원)씨 등 2남을 두었다. 도슨트 세계에 몸담은 뒤로 짬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지만 취미는 골프. 실력도 털어놨다. “보기 플레이 수준은 될 거예요.”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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