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꽃 유럽 편 ③ 알짜배기인 룩셈부르크
여행의 꽃 유럽 편 ③ 알짜배기인 룩셈부르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0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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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는 제주도보다 약간 크고 서울 면적의 4배 크기로 작은 나라다.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다. 1인당 GDP가 10만 달러가 넘어 세계 1위를 자랑한다. 룩셈부르크가 작은 도시국가인 동시에 인구가 적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지만, 유럽 금융의 강자로 실제로 금융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다고 한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로 불린다.

룩셈부르크는 ‘작은 성’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독일, 벨기에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실제로 계곡의 절벽 위를 벽이 둘러싸고 있다. 로마 시대부터 천연의 요새지로 인정받아 성채도시로 발전하여 긴 세월 동안 수십 차례의 침략을 받았지만, 끝까지 독립을 지켰다. 룩셈부르크인들의 민족성은 오래전부터 돌담에 요약되어 새겨져 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존하기를 원한다”라는 말이 그들의 특성을 잘 대변한다. 오랜 외세 통치의 역사 속에서도 룩셈부르크 47만여 국민은 꾸준히, 고유한 그들만의 문화를 유지해 왔다.

도시 한 가운데에 깊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이 둘을 잇는 아돌프 다리의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현지에서는 뉴 브리지(New Bridge)라고 불리는 다리다. 아돌프 다리라는 이름이 유래된 이유는 아돌프 대공작이 통치하던 시기에 그의 이름을 땄기 때문이다. 건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치교라서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석재로 이루어진 다리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유명하여 기대를 했다. 내가 갔을 때는 공사 중이라 붕대를 둘둘 감은 전쟁 부상병 같았다. 실망이 얼마나 컸던지 맞은편에서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비가 내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헌법 광장 맞은편에 위치한 성당으로 1600대에는 바로크 양식이 크게 유행하고 있었지만, 고딕 양식으로 간결하고 웅장한 성당을 지었다. 룩셈부르크 시내 어디에서나 눈을 들면 볼 수 있는 성당의 세 첨탑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다. 마침 문이 열려 있었는데 11시부터 오르간 연주회와 미사가 있었다.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가 천장에서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비와 오르간 소리, 성당의 숙연한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성당 측면의 헌법 광장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한 위령탑이 있다. 위령탑 뒤에는 “우리 룩셈부르크를 위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하여 희생되신 분들이 자랑스러우며, 희생자들과 연합군의 영웅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애도와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죽음으로 애국심이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그들이 흘린 피는 헛되지 않았다. 룩셈부르크 대공 샤를로트”라고 적혀 있다. 우리도 이런 위령탑이나 현충탑이 후미진 곳이 아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나라가 광장에 세워 놓고 사람들이 수시로 참배하고 있다. 그게 더 바람직하다.

헌법 광장에 삐죽 솟은 높은 탑 꼭대기에 황금으로 된 여신이 월계관을 들고 있다. 바로 ‘황금의 여신상’이다. 그 밑에 이 나라가 그동안 참전한 전쟁의 역사가 적혀져 있다. 맨 마지막 전쟁은 한국전쟁이다. 1951년 1월 31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한국전쟁에 1개 소대가 참전했다는 내용도 있다. 나라가 작은 만큼 인구수도 적고 더군다나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인데도 한국전쟁에 참여한 혈맹국이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추모 글도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펑크 밴드인 크라잉넛은 “룩~ 룩~ 룩셈부르크”를 열창한다. 환호하는 관중들은 이 작은 나라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름 광장은 가장 중심이 되는 광장으로 유럽의 여느 나라들처럼 노천카페가 많이 있고 여유로운 면이 보이는 곳이다.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광장 주변 노천시장에는 꽃 파는 수레도 많고 여러 가지 과일도 많이 팔고 있다. 사과 5개를 4.25유로를 주고 샀다. 외국에서 산 사과 중에 제일 낫다고 입을 모으며 먹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과가 가장 맛있다.

기욤 2세 광장은 룩셈부르크 시청 앞에 있다. 기욤 2세의 기마상이 상징이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을 당시 나폴레옹이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광장이다. 룩셈부르크를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 군인들이 본래 있던 수도원 건물을 밀어버리고 이 광장을 조성했다고 한다. 기욤 2세는 네덜란드의 왕이자 룩셈부르크의 대공으로 여기를 통치하고 있었다. 그가 자치권을 주어 민주주의 의회가 생겨나고 실질적인 독립을 시켜준 것을 기리기 위해 그의 동상을 세웠다.

나폴레옹은 룩셈부르크를 ‘유럽의 골동품’이라고 했다. 작은 나라이지만, 부활절 6주일 전부터 열리는 카니발, 가톨릭 축제인 옥타브, 꽃 축제, 와인 축제 등 곳곳에서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유럽의 가장 아름다운 발코니’라는 보크 포대도 잊지 말아야 한다. 왜 요새의 나라인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지난번의 꽃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와플과 초콜릿 나라 벨기에와 묶어서 베네룩스 3국을 같이 돌아오면 좋을 것 같다.

김윤경 여행가, 자서전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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