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돌 학생의 날에 즈음하여
89돌 학생의 날에 즈음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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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 훈훈한 장면의 사진 한 장을 보았다. 그것은 노옥희 교육감이 학생의 날을 앞두고 울산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사과를 나눠주는 장면이었다. 교육감이자 교육자로서, 그것도 부모의 마음으로 참여한 이벤트인 것 같아서 더없이 따뜻해 보였다. 보는 순간 학업에 쫓겨 아침잠을 설치고 아침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을 우리 청소년들이 싱그러운 아침에 받은 금사과의 추억을 책갈피 속에 간직한 채 보람찬 청소년기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교육감이 쥐어준 사과는 학생들에게 작지만 흐뭇한 마음의 선물이 되어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학교 행사 가운데 가장 큰 행사는 뭐니 해도 5월 스승의 날이었지 싶다. 그런데 11월 달력을 보니 문득 ‘학생의 날’이 눈에 들어왔다. 기억의 필름을 아무리 되돌려보아도 학생의 날 행사에 대한 생각은 잘 나지 않는다.

‘학생의 날’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항일운동을 기념해 1953년 10월 대한민국 국회가 제정했으나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1973년 10월, 시월유신을 강행한 박정희 정부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폐지했으나 1984년에 다시 부활되었고, 2006년에는 명칭이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로 바뀌었다.

1929년의 광주 학생 항일운동은 1930년 3월까지 전국적으로 번져간 학생운동으로, 3·1 독립운동에 버금가는 항일운동의 하나로 손꼽힌다.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나주로 가는 통학열차에서 일본 학생들이 조선 여학생들을 괴롭힌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일본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일본 학생들 편에만 섰다. 조선 학생들은 일경의 이 같은 행동에 분노를 참지 못했고, 마침내 일본 왕의 생일인 11월 3일을 기해 항일시위에 나섰다. 그때 전국의 참가규모는 194개 학교, 5만4천여명의 학생이라고 하니 실로 대단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운동을 잊지 않기 위해 지난 2004년 광주시에 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세웠다.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이 올해로 89주년을 맞는다. 반가운 것은, 그동안 지역단위 교육청에서 주관하던 기념행사가 올해부터는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정부 기념행사로 격상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기념일은 토요일 즉 주말이다. 그러기에 필자는 청소년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과 당부가 있다. 이 날은 친구들과 즐겁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1929년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선배학생들의 정의로운 애국정신을 한 번이라도 가슴 깊이 되새기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또, 의미 있는 서적이나 특집방송을 보면서 국가관과 역사관, 안보관을 제대로 확립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아울러, 평소 공부에 매달리는 것 못지않게 학교 동아리 활동이나 지역 청소년지원센터의 동적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기를 권하고 싶다.

우스개이야기로, 필자는 대학시절 “성적이 너무 좋아도 취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학업을 소홀히 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과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학창시절에는 특히 ‘사회성’을 기르는 일에 인색하지 말았으면 한다. 학생회나 학생단체 활동도 중요하지만 자원봉사 개념을 넘어선 진정한 봉사정신을 체험 속에서 깨우쳤으면 한다. 청소년들이여! 무엇을 하든 늘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당찬 자신감으로 매사에 임하기를 바란다.

김정숙 배광건설(주) 대표 청소년진로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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