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아와 어 사이  / 양성수
[디카+詩] 아와 어 사이  / 양성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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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 어 사이  / 양성수

빈 깡통이 요란하다며
발로
콱 밟아 버린 이여

누군가의 눈에는 모두가 보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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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수 시인의 <아와 어 사이> 디카시를 보면 우리가 우연히 놓치고 지나버린 것들이 어쩌면 정말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제목이 주는 묘미 또한 디카시의 느낌에 포인트를 주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에서 “아”라는 감탄사를 내뱉고는 돌아서며 “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다 먹고 거리 귀퉁이에 버려진 깡통을 무심코 발로 걷어찬 경험을 누구나 한 번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용물이 꽉 찬 음료수를 버릴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하지만 다 먹고 쓸모 없어진 빈 깡통은 그저 쓰레기에 지나지 않다. 

이런 보잘것없는 빈 깡통이 하나의 이름으로 태어나는 순간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의 시구처럼 버려지고 쓸모없는 물건일지라도 누군가 애정을 쏟는다면 “어”라는 감탄사로 꽃피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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