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 살 겁니다!”
“도요타자동차 살 겁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3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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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이다. 신입사원 직무연수에 강연 오신 모 대학 노교수가 하신 말씀 가운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선명하게 각인된 강연 내용의 일부이다. 노교수는 자국민의 애국심에 기대어 영업하던 시기는 끝났다며 품질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청중들에게 국산 현대 그랜저와 일제 도요타 자동차가 있다면 어떤 것을 구입할지 물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신입사원이 도요타차가 아무리 좋아도 일본차를 어떻게 사겠냐며 국산차를 살 것이라고 답했다. 교수의 답이 걸작이었다. “여러분들은 국산차 사십시오, 저는 도요타자동차 살 겁니다.” 다소 황당한 답변 같았지만 강연 주제가 마음을 움직였다. 곧 도래할 국제화시대에 품질과 차별화 등 모든 면에서 최고수준의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자동차는 대부분 일본과 미국의 기술을 베끼거나 통째로 들여와 조립과정을 거친 형태로 발전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산자동차는 외관까지 비슷해 브랜드만 바꾸면 일본차가 될 정도였다. 그런 과정이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다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상은 외관만 바뀌었을 뿐, 엔진 등 주요부품은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자동차회사의 기술 인력이 만들 능력이 없어서 부품을 사다 썼을까? 그건 아니다. 다만, 돈이 많이 들고 실패 위험이 높은 자체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기보다 기술제휴를 통한 제작이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자동차산업은 낮은 인건비로 확보한 가격경쟁력으로 8~90년대에 잘 나가는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연구·개발을 통해 자체 품질을 높이고 미래기술 연구투자도 늘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자동차 강국에 비해 아직도 많이 낮은 편이다. 2017년 기준으로 독일 폭스바겐이 약 17조8천억원(6.3%)인 데 반해 현대자동차는 3조8천억원(2.6%)에 지나지 않고 매출액 대비 비중 또한 삼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일제차의 대명사격인 도요타자동차는 해마다 10조원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뿐인가? 중국도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와 선진국 자동차산업을 모방하며 성장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원천기술을 보유한 이름 있는 자동차회사를 사들여 중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견인하고 있고, 넓은 국내시장과 풍부한 노동력, 낮은 인건비를 기반으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춰 과거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을 보자, 자동차산업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 국내매출 하락과 수출 부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FTA를 개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국내 소비자의 수입차 구매 비중은 높아만 간다. 이러한 위기를 넘어서자면 자동차회사의 피나는 자구책이 급선무일 것이다. 독창적인 미래형 에너지 기반 자동차기술을 연구·개발하는 한편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다각도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장황하게 자동차산업에 관한 짧은 생각을 늘어놨다. 왜? 이유는 울산에 살기 때문이다. 염포만을 메워 지은 현대자동차공장에 우리 이웃의 둘 셋 중 한 명은 근무하거나 연관된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웃과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가 지역 주민이 그 지역의 상품을 사주는 것이다. 노교수가 다시 질문을 해도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저는 국산차 살게요!”

김성재 정의당 울산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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