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답, 청년창업에서 찾자
경제위기의 답, 청년창업에서 찾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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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그러니까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를 보일 때의 일이다.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은 지방은 고사하고 베이징을 가도 일부 신시가지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꾀죄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름 선진국 대한민국의 엘리트라는 호기를 부려가며 비즈니스를 하고 관광도 할 때였다. 우연히 현지인의 소개로 ‘798 예술구’란 곳을 가게 되었는데, 정말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798 예술구는 1950년대 소련과 동독의 지원으로 건설된 공장지대였다. 그러다가 베이징이 커지면서 공장이 하나둘 시 외곽으로 이전함에 따라 비게 된 공장건물이 점차 늘어났고, 그 자리를 젊은 예술인들이 들어와 작업실과 전시실 등의 예술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한때 중국 정부는 이곳을 철거하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이곳의 독창성과 중요성을 깨닫고 오히려 예술특구로 지정하여 각종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도저히 중국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독창적인 문화공간이 형성되었고, 중국의 젊은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이들이 유유자적하며 공감하는 장이 되었다.

우리나라, 특히 울산의 경제 침체가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이 되고 있다. 이미 조선 경기는 많이 침체되어 있고, 자동차 경기도 심상치가 않다. 대도시 중에서 인구유출이 제일 많고, 청년실업률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필자가 속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모임에 가 봐도 안 보이는 얼굴이 점점 늘고 있고, 백화점도 개점 이래 최악이라 하고, 오피스텔도 미분양이 넘친다 하고, 시내 중심가 상가건물이 통째 임대 나왔다는 등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TV를 틀어도 신문을 펼쳐도 이리저리 해야 한다고 모두다 아우성인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서 어떤 경제정책을 펴도 단시일에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침체로 접어드는 형국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필자 또래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노후 걱정이 많다. 청년인구도 줄고 경제도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노후에 받게 될 국민연금도 보잘 것 없을 것이고, 그 많은 노인 부양을 지금의 청년들에게 짐 지우는 것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특히 울산의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들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본주의 특성상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장기 침체 국면에서 대규모 투자나 신규 채용을 꺼리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에 기대할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경기를 부양한다고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청년들에게 장기 초저리로 부동산 구입 자금을 대출해주면 어떨까. 조건은 청년들이 베이징의 ‘798 예술구’처럼 공동화되었거나 낙후된 지역의 비어 있는 공장이나 상가, 오피스텔을 사서 창업을 하게 하는 것이다. 창업은 제조업이나 ICT 분야에 국한하지 말고 유통, 예술 등 전 산업 분야가 대상이어야 한다. 10년 후 혹은 2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업자금을 빌려 주는 게 아니라 부동산을 구입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대학 학자금 대출로 빚더미 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서 더 이상의 대출은 자칫 청년들을 회복할 수 없는 수렁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구입과 창업으로 성공하면 개인의 부를 얻는 효과 이외에, 창업지역은 더 이상 낙후된 곳이 아니라 ‘798 예술구’처럼 새로운 희망을 찾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이 부유해야 결혼도 하고 자녀도 부담 없이 나을 수 있다. 만약 창업은 했으나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다. 실패를 해도 부동산은 남아 있게 되고, 원리금 상환은 형편이 풀릴 때까지 유예해주면 된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경험을 한 중소기업 사장들과 금융전문가들을 짝지어 멘토링을 해주면 아마도 실패할 확률이 크게 줄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쫓아가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 중국의 경우, 해마다 700만 명의 대졸 취업자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중 국영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은 몇 십만 명밖에 안되고, 다들 창업시장에 뛰어들어 글로벌 무한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이것이 중국의 현재와 미래의 성장동력이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줄고 있는 청년들을 금지옥엽처럼 모시고 영양분도 주고 물도 주면서 그들의 미래가 활짝 꽃피울 수 있게 무한히 돌보아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의 입에서 ‘헬 조선’이란 단어가 나와서는 안 되겠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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