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25 2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업종 경기 침체로 수년 째 지역경제 전체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울산 동구에 최근 햇살이 조금씩 비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원이 좀 더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먼저 동구 경제를 지탱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이 방위산업 입찰제한에서 벗어나게 됐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중이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제기한 ‘입찰참가 자격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현대중은 방사청이 발주하는 군용함선 건조 등 방산 관련사업에 입찰이 가능해져 신규수주 노선에 파란불이 켜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있었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비리 사건과 연루돼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국가사업 입찰제한 조치가 시작됐다. 그 기간은 내년 11월까지 2년이다. 이 처럼 국가사업 제한조치로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조5천억원 규모의 공공선박 발주 계획에 현대중공업이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불황에 더해 입찰제한이라는 재제까지 더해진 것이다.

바닥까지 떨어진 경기 침체의 위기 탈출 최소한의 출구마저 막히는 상황에 직면하자 울산지역 정·재계가 나서 조선업불황과 대규모 실직사태를 고려해 제한 유예를 정부에 요청해왔다. 법원은 입찰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좋은 징조는 또 있다. 당초 올해 말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종료와 함께 운영이 중단될 상황이었던 조선업희망센터의 계속적인 유지가 결정된 것이다. 김종훈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 김 의원과 가진 면담에서 "울산 조선업희망센터 운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의원실을 찾은 노동부 담당국장은 “오는 12월이 지나도 희망센터는 유지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예산 역시 내년도에 일부 포함돼 문제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절실하게 호소해온 동구에 대해 이 같은 정부의 화답은 비단 조선업희망센터 연장뿐만이 아니다. 지난 18일에는 행정안전부가, 앞서 지난 11일에는 기획재정부에서 각 부처 과장들이 잇따라 동구를 방문해 고용위기지역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방문과 의견청취 간담회를 진행했다.

동구는 행정안전부와 진행한 간담회에서 해양수산복합공간 조성사업 11억9천만원, 미포산업단지 진입도로변 포켓주차장 설치 5억원 등 총 16억9천만원 상당의 국비(특별교부세) 지원을 요청했다.

기획재정부와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희망근로 지원 확대, 어촌자원 복합산업화, 청년센터 설치 등을 위해 총 164억1천만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각 부처에서는 동구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신호 속에서도 정작 동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주된 원인이었던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를 생각하면 한 숨만 나온다. 임금협상이 벌써 몇 년 째 해를 넘겨 타결됐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임단협도 장기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교섭은 지난 여름휴가 이후 노조 측 교섭위원 교체 문제로 중단돼 여태 재개도 못했고, 일감부족으로 공장가동이 중단된 해양공장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까지 겹쳐 노사 간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노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기업이 기업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의 관심사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다룸으로써 사회에서 기업 활동의 정당성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식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금 이 시점에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화두가 아닐까.

박선열 편집국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