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오랜 기다림 끝의 결실
4차 산업혁명은 오랜 기다림 끝의 결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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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지난 추억을 되짚어주면서 음악처럼 감성에 빠지게 하는 매력 있는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일상 대화 속에서 많이 나오는 질문들이 추억 음악, 영화 이야기가 많이 이슈가 되고 서로 잠깐 추억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가 감명 있게 본 영화가 무엇인지 물어오면 필자는 스스럼없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고 말하곤 한다. 정치적 색깔을 지닌 영화이지만 던지는 메시지는 권력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현실적 시각에서 보여준다. 영화 내용을 간추려 살펴보자.

이 영화는 어느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에서 작은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인 병태(배우 홍경민)는 시골학교로 전학을 와서 엄석대(배우 고정일)라는 학우의 막강한 권력 부조리에 맞서 저항을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오히려 그 권력에 심취해서 학교생활을 보내게 된다. 이후 새로 오신 선생님을 통해 모든 것이 드러나고, 주인공은 온 힘을 다해 그 권력을 지키려 했지만 끝내 진실이 밝혀지면서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되돌아간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롭고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논리를 아무리 외쳐도 대중들이 이해를 못하거나 설득이 안 될 때가 있어 가끔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물론 현재의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가장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생활습관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매력에 빠져 필자의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1차~3차 산업혁명까지는 산업의 개혁과 변화가 지나간 시점에서 이론적으로 편하게 구분한 정의라면, 4차 산업혁명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혁명인 탓에 추상적으로 정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적 변화가 눈앞에 펼쳐진 것도 아니면서 향후에 벌어질 변화에 대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선포한 정의라고 정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앞서 언급한 영화에서 정치적 의미만 지우고 비교해 본다면, 늘 누군가에 의해 구성된 형태와 과거의 습관들이 만연한 곳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가 힘들거나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4차 산업혁명이 바로 그런 유형의 모습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갈수록 많이 들고 있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기술과 예측을 통한 상상으로 만든 세상이기에 우리는 기대를 안고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미래지향적 상상을 과연 믿어야 할지, 그리고 가능할지 등에 대한 질문에 무조건 옳다는 답변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당장에 우리의 이상이 손에 제대로 잡히거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최종 지점을 향한 단계적 성과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 사이트에서는 빅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구매이력과 상품조회 정보를 활용해 계절·취향에 따라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상품의 정보를 앱이나 문자로 전달해주거나, 음성 및 얼굴표정을 인식하는 딥러닝 기술로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미리 도와주는 서비스까지 속속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일부가 제공되는 민간 비즈니스 모델의 서비스인 탓에 당장 혜택을 보거나 실생활에 와 닿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신기술들의 결과물이 이제야 단계별로 나타나고 있어 비록 미미하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기다리면서 지켜봐야 하는 인내심이 사실 필요하다.

국가에서도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의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지난 8월 ‘정부 혁신성장 관계장관 회의’에서 많은 재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이에 따른 전략을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우고 있다. 이 말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장시간에 걸릴 수도 있는 만큼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게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현주소이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의 스토리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본인도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했기에 진행되었다. 만약 막강한 권력 부조리에 대해 저항을 계속 이어갔다면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은 분명히 주인공만의 성공적 결과물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도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과 기다림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기다림은 후퇴가 아닌 성공의 필수전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재영 울산발전연구원 산업경제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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