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들의 감정 변화 사이클
퇴직자들의 감정 변화 사이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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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는 경기 악화로 몸담고 있는 회사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원치 않게 퇴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잘나가던 공직자였던 필자는 54세에 철밥통(?) 소리가 듣기 싫다는 이유로 명퇴를 자청하고 백수(白手)생활(?)을 경험했다. 창업의 길과 시사경제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지식 나눔의 세계를 전전했다. 지금은 저술과 강의를 통해 은퇴의 노하우와 정보를 알리고 있다.


누구나 그러하듯 필자도 퇴직한다는 것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래도 자기 분야에서는 착실하게 경력을 관리했고, 또 관련된 최고의 교육도 받았기에 눈높이만 낮추면 갈 곳은 많고 창업의 길도 간단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평소에 동경했던 것부터 해봤다. 늦잠을 자고 그냥 멍 때리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가벼운 산행과 골프도 즐겼다. 꼭 보고 싶었던 책도 찾아서 보고, 가보고 싶었던 외국여행도 다녀왔다. 혼자서 수개월 동안 정처(定處) 없는 방랑자 생활도 즐겼다. 주변 지인들이 새로운 직장을 소개해줬으나 일단은 즐기자는 생각에 재취업은 뒤로 미뤘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석 달이 후딱 지났다. 처음에는 편했다. 시간이 가면서 아침에 아파트 현관을 나오니 퇴직 전에는 보지 못했던 노란색 어린이집 버스가 보이니 갑자기 불안해졌다. 퇴직자들의 정서적 반응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면 퇴직자들은 하나같이 ‘낙관→ 의기소침→ 불안→ 분노’의 감정 변화 사이클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영원히 취업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심한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한다. 트라우마(trauma)는 일반적인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한다.

이러한 감정 변화는 정년퇴직을 비롯한 자발적 퇴직자나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인 퇴직자나 동일하게 나타난다. 통상적으로 그만두는 과정에서 회사가 보여줬던 모습이 배신감까지는 아니어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도 얽매인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에 후련한 마음도 든다. 한마디로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통상적으로 퇴직자들의 재취업은 나이가 걸림돌이다. 사실 커리어나 스펙 같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러다보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자식 걱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진다. 반복되는 구직의 실패, 이에 따른 불안과 초조는 분노로 변한다. 본인이 원해 퇴직했음에도 하나같이 전 직장에 대한 분노감도 나타난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경력을 묵히기 아까워 많은 돈도 필요 없고 그냥 거마비(車馬費)라도 주면 좋겠다는데, 이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에 대해 분노가 밀려온다. 이러한 심리적·정서적인 문제는 기업에서 퇴직 전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루기도 하지만 근로자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외국계 기업이나 중견기업 이상으로 극히 제한적이라 안타깝다.

이럴 때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재도약 프로그램’, ‘장년나침반’ 등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전직과 재취업과 관련된 교육이다. 그렇지만 변화관리, 대화방법, 재무관리, 화 다스리는 법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러한 변화가 나 혼자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겪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따라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자연스럽게 실용적인 정보가 교환되기도 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고용노동부 워크넷을 방문해 ‘장년’ 메뉴를 클릭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단, 재취업을 서두르면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하니 유의(留意)가 필요하다.



신영조시사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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