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척결” 목소리…어린이집·노인시설까지
“비리척결” 목소리…어린이집·노인시설까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2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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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계기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비리 척결”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어린이집과 민간노인요양시설 쪽으로도 거세게 번져갈 기세다. 그러나 이 같은 보육·복지시설의 운영주체들은 사태를 관망하기만 할 뿐 자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자정 운동을 겨냥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비난의 수위를 스스로 높인다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손을 뻗친 대상은 어린이집들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권덕철 차관 주재 하에 17개 시·도 어린이집 담당 국장들을 불러 모은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2018년 하반기 어린이집 집중 점검 계획’을 논의했다. 이 계획 속에는,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17개 시·도 어린이집을 전수 조사해서 부정수급액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명단을 공개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이날 어린이집 담당 국장 회의에서는, 우선 올해는 부정수급 가능성이 높은 2천여 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12월 14일까지 집중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조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점검에 나설 때는 조사대상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시·군·구의 담당자를 배제하는 ‘교차 점검’ 방식을 따른다는 원칙도 같이 세웠다. 아울러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린이집을 전수 조사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되 부정수급·유용보조금 액수가 300만 원이 넘으면 해당 어린이집의 명단을 낱낱이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이 이 같은 강경 방침은 보육기관인 어린이집들이 교육기관인 민간유치원보다 비리 풍토에 훨씬 더 깊숙이 빠져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불거진 직후 전국의 학부모들은 각종 소통매체를 통해 “어린이집의 부정행위가 민간유치원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펴 왔다.

이 같은 지탄의 목소리는 민간노인요양시설에서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종훈 국회의원(민중당, 울산동구)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요양서비스노동자 6대 요구 실현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간노인요양시설 비리에 대한 전면 감사를 정부에 촉구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빗대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을 사유화시킨 곳에는 이런 부정과 비리가 가득하다”는 말과 함께 민간노인요양시설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 자료도 인용, 전국의 공립요양시설은 213개로 전체 요양시설(1만9천398개)의 1.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시설이라며 “비리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으니 유감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유총)도 민간노인요양시설 단체도 적극적인 대응을 꺼린다는 소식만 무성할 뿐이다. 얼마 전 본란에서 촉구했듯이 지금 필요한 것은 ‘사태 관망’이 아니라 솔직한 자기반성과 자정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이들 단체는 가톨릭 신자가 사제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듯 지금부터라도 국민들 앞에서 진솔한 양심고백과 자정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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