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화합과 협력’ 호소한 현대중공업
노조에 ‘화합과 협력’ 호소한 현대중공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21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모처럼 노조를 끌어안는 모양새를 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측은 사내소식지 ‘인사저널’에 올린 19일자 뉴스레터에서 “가동을 멈춘 해양사업부 야드에 예전 같은 활력을 불어넣는 길은 노사가 화합하고 협력하는 방법뿐”이라며 노사 한마음을 제안했다. “지노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8일, 현대중공업 사측이 낸 해양사업부 유휴인력에 대한 기준미달 휴업수당 지급 신청을 기각,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사측의 이 같은 제안은 그러나 즉시 노조의 반발을 불러오고 만다. 노조는 같은 날 소식지를 내고 “지노위 판단은 희망퇴직을 포함한 그 어떤 형태의 강제적 구조조정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간 수주목표의 80%를 넘어섰고 부채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일감이 늘어난 현장은 잔업과 특근으로 바쁘다”며 사측의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노위 결정으로 심각한 위기가 아님이 증명된 만큼 구조조정 중단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사측을 압박했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 사이에 전개된 일련의 상황은 노사가 아직도 ‘물과 기름’의 관계임을 암시한다. 이는 또 양측 사이에 크레바스처럼 벌어진 불신의 간극이 얼마나 깊은지 웅변으로 말해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요령은 전과 동”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와 사가 방법을 달리하되 그 밑바닥에는 ‘진정성’과 ‘신뢰성’이란 바닥 돌을 야무지게 깔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사측이 18일자 뉴스레터에서 노조에게 ‘화합’과 ‘협력’을 제안하면서도 노조 측의 행위를 두고 ‘이해’ 대신 ‘깊은 유감’을 드러낸 것은 바둑용어로 치면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사측은 노조 측이 울산지노위 앞에서 일주일 넘게 집회를 가진 사실을 상기시키며 “정치권과 노동단체와 손잡고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지노위를 압박하는 등 상식에 어긋난 행위를 한 것에 대해…”는 표현을 구사했다. 이러한 방법은 대화 상대에게 화해와 협력을 구하기는커녕 분노와 적개심만 심어줄 뿐이다. ‘대화의 기술’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양비론’이라고 못 마땅해 할지 모르지만 노조도 기존의 방법론에서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화 시늉만 낸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노조 역시 현대중공업이 처한 특수상황을 인지한 가운데 ‘진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노사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진정성’, ‘신뢰성’이란 사측을 상대할 때의 용어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은 물론 울산시민에게도 통하는 용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최근에 잇따라 들려오는 뉴스들은 현대중공업 발전에 도움 되는 희망적인 소식들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화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한마음이 되어 회사의 재기는 물론 지역경제의 회생도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노사 양측을 ‘먹여 살리는’ 데는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도움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