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대공원 국화꽃을 보고
태화강 대공원 국화꽃을 보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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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이 시는 이맘때면 우리 국민들이 가장 애송하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이다. 이 시에서 ‘국화’는 괴로움과 혼돈이 꽃피는 고요에로 거두어들여진 화해의 순간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생각된다.

봄부터 울어대는 소쩍새의 슬픈 울음도, 먹구름 속에서 울던 천둥소리도, 차가운 가을의 무서리도 모두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이다.

국내외적으로 계속되는 각종 정치·경제적 대결은 우리들을 지치게 한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남북대화, 북미대화가 외형적으로는 많은 결실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현실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들을 듣다보면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젊은 부부가 바쁜 일상에서도 자녀들을 맡긴 유치원에서는 각종 정부지원금을 사적인 용도로 유용하고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형편없는 급식으로 돈을 편취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뭐라고 해야 하나. 기성세대들의 자성이 촉구된다.

서울의 공공기관에서는 대를 물려 직장을 세습하고 가족과 친지 심지어는 부인까지 근무자로 그것도 정규직으로 취업시켜 급여를 가져가니 공사가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정감사 시기만 오면 온 세상이 비리로 점철된 듯 하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감사에 적발되면 대책마련에 부산을 떨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비리는 되풀이되고 또 감사에 적발되고 이 무슨 꼴인가.

어제는 태화강대공원의 국화꽃을 보면서 문득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생각이 났다. 태화강대공원에 흐드러지게 핀 국화꽃이 무려 4천만 송이라니 실로 엄청난 양이지만 국화 향기도 너무 좋았다.

지천으로 널린 태화강대공원의 국화꽃을 보고 내려가다 보면 태화강하구 억새군락지는 벌써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태화강 대공원의 국화꽃과 태화강 하구의 억새군락을 보면서 이 혼잡한 세상을 잠시 잊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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