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돌꽃을 두드리다 / 조영래
[디카+詩]돌꽃을 두드리다 / 조영래
  • 권기영
  • 승인 2018.10.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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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꽃을 두드리다 / 조영래

 

이 엄동설한에도
젖과 꿀이 흐르는 언덕이 있구나

큰 벌침으로 두드리면
석화 안에서 굴이 나오네
돌꽃 속에서 꿀이 흐르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꽃들은 시들고 사라지지만, 돌에 피는 꽃 석화는 이제 제철을 맞아 사람들의 입맛을 즐겁게 하지요. 저도 아이들이 어릴 때 겨울 방학이면 친구 가족과 하동 시장에서 커다란 망태기 가득 사서 구워 먹고 찜으로 쪄 먹기도 했던 오동통한 굴의 맛이 그리워집니다.
굴 까러 가는 것을 꿀 까러 간다고도 한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시를 읽어보니 굴과 꿀 사이에 피어난 석화가 더 향기롭고 맛있을 것 같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언덕에서 돌꽃을 두드리며 생계를 위해 종일 굴을 까고 있을 분들의 노곤함도 이 디카시를 읽으면 달콤한 꿀로 아름답게 채색될 것 같습니다.

글=이시향 시인·아동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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