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이 필요한 울산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이 필요한 울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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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장치산업으로 시작한 울산의 미래는 어떨까. 미래 도시의 활력은 어디에서 나타날까. 그 답을 스웨덴의 말뫼에서 찾아보았다. 말뫼를 가보면 젊고 깨끗하고 활기차다. '말뫼의 눈물'로 회자되는 1천500톤 골리앗 크레인이 있던 자리는 요트 계류장으로 변했고, 그 주변은 사무용 건물과 아파트로 변해 있다. 말뫼에서 코펜하겐을 연결하는 외래순 대교 건설, 랜드마크 빌딩인 터닝토르소 건설 등 도시 재정비, 스타트업 육성, 바이오단지 조성, 대학 유치 등을 통해 말뫼는 조선산업의 탈을 완전히 벗어던진 새로운 도시로 재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도시의 탈바꿈이 과연 울산에도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말뫼에서 가져와 현대중공업 해양사업장에 설치된 크레인은 가동을 멈춘 지 꽤 오래되었고 부유식 해양풍력단지 조성 등 해양플랜트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은 이미 오래 전에 연구기능을 타 지역으로 옮겼고, 애초부터 본사는 울산에 있지도 않았다. 지금은 비교적 잘 나가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은 어떨까. 또 비철금속산업은 안정한가. 울산 주력산업들의 경쟁력은 이대로 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1990년대 초반 조선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다. “굴뚝산업이며 사양산업이라 사업을 축소하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정부에서도 학계에서도 이런 주장들이 많이 나왔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조선산업의 비중 축소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 때 당시 조선사업부를 이끌던 조모 전(前) 사장은 좀 더 다른 의견을 낸 바 있다. 그의 주장은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없다”였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극복하면 성장산업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산업이라도 사양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선견지명이 옳았는지 그 이후 10여년간 조선산업은 초호황기를 구가했다.

주력산업의 고도화가 새삼 중요한 이유다. 이미 성숙기에 도달한 주력산업이 앞길을 개척하기 위해선 조 사장의 주장대로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도시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면 도시는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제조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견인해온 성장동력이다. 제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GDP 성장 기여율이 43%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아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가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산업수도 울산은 더욱 그렇다. 선진국은 말할 필요도 없이 국내에서도 스마트공장 구축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공장 내 모든 프로세스를 한눈에 확인하고 분석해 스스로 제어하는 미래형 제조공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제조업이 주축인 울산이 제4차 산업혁명을 대처하는 전략은 다른 지역과는 크게 차별화돼야 한다. 산업혁명은 곧 소재혁명이다. 우선 4차 산업혁명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프린터 등은 모두 소재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근원지인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과는 상이한 울산의 산업구조나 기술현황에 맞는 맞춤형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은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강점으로 ICT 융합을 통한 생산의 전자동화를 목표로 삼았고, 반면 미국은 최첨단 IT 기술력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업 주도의 제조혁신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었다. 즉 독일, 미국 등이 첨단 제조기술과 ICT의 경쟁우위에 기반을 두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은 현재 가지고 있는 인프라나 여건에 따라 그 대응전략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재직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융합기술경영 프로그램’이라는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이 분야에 생소한 업체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폭넓은 스펙트럼의 관련 기술들을 소개하고 이를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은 각 요소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내는 것보다 관리적인 시각을 갖고 이러한 기술을 기업에 도입하는 업무를 기획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은 교육을 통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박주철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장,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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