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시성’이 주는 교훈
영화 ‘안시성’이 주는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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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남한산성’, ‘명량’은 모두 영화 제목들이다. 요즘은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들에게 역사적 관심과 교훈을 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만큼 바람직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대신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제작물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소재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시에 관람객과 시청자들의 흥미를 불러 모으기 위해 허구적 요소를 끌어오는 일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소재한 영상물을 관람 또는 시청할 때에는 역사자료를 살펴보며 공부도 같이하는 것이 곡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상물 제작자가 세심하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를 구분 짓고 경계선을 그어주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늘 아쉬움이 따른다.

필자가 가장 최근에 관람한 영화는 ‘안시성’이었다. 이 영화는 당 태종 이세민을 앞세우고 고구려를 침공한 50만 당나라 대군과 이에 맞서 싸운 고구려 안시성의 양만춘 성주와 그 성 백성들의 전투를 영화화한 것이다. 화려한 주연·조연 배우의 캐스팅, 2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제작비, 고대 사극에 잘 쓰이지 않던 스카이워커·로봇암·팬덤카메라의 활용 등으로 제작 초기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매우 실감이 났고, 분위기는 웅장했으며, 극중에는 감동적인 요소도 많았다. 그런저런 이유로 이 영화에 매료된 나머지 ‘안시성 전투’에 대한 역사서를 뒤적거리며 사실적 요소를 찾아보기에 이르렀고, 결국 이 영화도 허구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극중에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의 기마부대가 당 태종 이세민을 암살하기 위해 야간기습을 감행했다는 것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이는 양만춘에 대한 기마부대의 충성심,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간절한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기습암살 시도가 과연 기마부대 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밖에도 영화에는 양만춘의 과거 연인이라는 ‘신녀’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 역시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고대 국가나 도시에 무속인이 있었던 것은 짐작할 수 있으나, 영화 속 등장인물 신녀의 구체적인 활동상은 기록물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양만춘이 주몽의 신궁을 쏘아 당 이세민의 눈에 명중시켰다는 것도, 고구려의 승리를 확인시켜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나, 그저 허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 허구성이 짙다고 해서 무작정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우리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영화를 제작해 상영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문헌이나 유물만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은 개연성 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영화로 제작한다면 관람객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이러한 호기심이 역사서를 펼쳐볼 수 있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당나라 군대가 만든 토산을, 고구려 군대가 토질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지하 땅굴을 파서 무너뜨린 장면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필자에게 대단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건설업에서는 철도, 도로, 용수로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 주로 터널 굴착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또 터널 공사를 할 때는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해야 하는데, 안전성과 경제성이 주된 고민의 대상이다. 이때 모든 공사에서는 안전성이 경제성보다 우선시하기 마련이다. 특히, 터널 공사장 주변의 지형·지질·환경영향평가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며,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 보듯이 고구려 때는 토굴을 인력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폭약을 사용한다. 안전을 위한 공법과 조치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최고·최선을 위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정숙 배광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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