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청동기 시대 울산, 농경보다 수렵사회에 가까워”
“후기 청동기 시대 울산, 농경보다 수렵사회에 가까워”
  • 김보은
  • 승인 2018.10.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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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박물관 ‘지역 청동기시대 연구성과와 쟁점’ 학술대회정대봉 “안정적 식량확보 위해 한시적으로 옮겨다녀” 주장 윤호필 “중규모 취락 일반화, 식량 대부분 농경활동” 이견 제기
지난 12일 울산대곡박물관과 한국청동기학회의 공동학술대회에서 좌장인 안재호 동국대학교 교수와 발표자 및 토론자 전원, 울산시민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일 울산대곡박물관과 한국청동기학회의 공동학술대회에서 좌장인 안재호 동국대학교 교수와 발표자 및 토론자 전원, 울산시민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후기 청동기 시대 울산지역이 농경보다 수렵, 어로, 채집 위주의 사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울산대곡박물관과 한국청동기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정대봉 울산문화재연구원 팀장은 이 같은 내용을 개진했다.

지난 12일 울산박물관 2층 대강당에선 울산지역 청동기 시대의 문화를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울산지역 청동기시대 연구성과의 쟁점’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정 팀장은 ‘울산지역 청동기시대 중심취락’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울산지역은 단위면적 당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동기시대 유적을 보유한 곳이다. 검단리마을유적이라는 환호취락(위에 호(濠)를 파서 두른 취락)의 존재가 최초로 드러난 곳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동기 전기 후반부터 후기 전반까지 울산지역에 취락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전국의 취락유적의 비해 사회 구조적 복잡·심층화가 두드러지지 않아 안정적 식량 확보를 위해 한시적으로 옮겨 다닌 것으로 보인다. 후기 청동기 시대 울산지역이 농경보다 수렵 위주의 사회에 가까웠다”고 추정했다.

윤호필 동양문물연구원 팀장은 이러한 의견과 다소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윤호필 팀장은 “일반적으로 울산지역 생계경제는 농경과 더불어 수렵, 어로, 채집활동이 다른 지역보다 활발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취락의 입지가 대부분 구릉에 편중돼 있고 입지적으로 농경활동이 불편한 지역이며 수렵, 어로, 채집 관련 유물이 많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취락이 모여 있고 특히 중규모 취락이 일반화돼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농경활동으로 대부분의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취락체제 유지가 어렵다. 수렵, 어로, 채집활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울산의 특징적인 입지형태인 곡부·구릉지역이 미약한 하천발달로 인해 충적지의 대안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울산도 구릉지역에서 밭작물을 재배하며 생활권을 이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단리 유형의 출현과 주 분포권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김현식 울산문화재연구원 팀장은 “검단리 유형은 검단리식 토기와 울산식 주거지를 표지하는 문화유형이다. 검단리 유형의 분포권은 태백산맥 동쪽의 포항-경주-울산-양산 지역으로 알려져 있어 넓은 분포권을 갖고 있지만 그 중심지역이 울산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호서지역의 무문토기 문화가 포항, 경주, 울산을 포함하는 동남해안지방으로 확산되면서 검단리식 토기가 출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군열 성림문화재연구원 팀장은 “횡성문계 ‘낟알문’과 ‘파수문’을 검단리유형의 표지적 유물로 설정하고 출토 범위를 파악해본 결과 동남해안지역이 검단리유형의 주분포권임을 알 수 있었다. 또 당시 동남해안지역 청동기시대인들은 지역적 독자성과 자아정체성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전기의 역삼동·혼암리 유형의 주거지 전통을 후기에 들어서까지 그대로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학술회의에서는 특정 유구·유물 중심으로 하는 고고학 연구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울산지역 청동기시대의 종말’을 주제로 발표한 이수홍 울산문화재연구원 팀장은 “특정 유구·유물의 탐색만으로 청동기시대의 종말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담아낼 수 없고 특정 지역의 연구도 불가능하다. 시대 구분의 혼란을 동아시아 역사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종합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안재호 동국대학교 교수도 “고고학은 골동품만 캔다는 시각에 머물러 있다. 통합적 자료를 토대로 한 교류, 생계 등 본질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고고학자의 의무”라고 자연과학적 분석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학술회의는 대곡박물관의 ‘키워드로 보는 울산 청동기 문화’ 특별전과 연계해 기획됐다. 특별전은 오는 12월 30일까지 계속된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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