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까마귀 선발대 112마리
떼까마귀 선발대 112마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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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9일(금)∼31일(일) 태화강 둔치에서 ‘2016년 떼까마귀·갈까마귀 군무 페어’가 열렸다.

앞서 그 해 1월 24일(월)에는 굵은 겨울비가 내렸다. 일본관광객 50명이 울산을 찾아 떼까마귀의 군무를 보고 일제히 ‘스고이’라고 외쳤다. 이들을 현장에서 안내했다. 일본말 ‘스고이(すごい)’는 우리말로 ‘굉장하네요!’라는 뜻이다. 일본관광객들이 떼까마귀 무리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서 나오는 이소(離巢) 장면을 보고 한목소리로 외친 말이 바로 ‘스고이(すごい)’였다. 2박3일 일정으로 울산을 찾은 이들은 일본에서는 생소한 떼까마귀가 잠자리 대숲에서 날아 나오는 이소 광경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날씨는 추웠고 바람은 머릿결이 흐트러질 정도로 세차게 불었다. 비온 뒤라 아침 기온이 영하 3.7℃까지 내려갔고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했다.

“까마귀 보러 가자 할 때는 이렇게 장관인 줄 미처 상상도 못했다.”(시즈오카 거주), “스고이, 스고이!”(나고야 거주) “깜짝 놀랐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하늘이 온통 까맣게 가득 찼다. 오기를 참 잘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이렇게 많은 떼까마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날아서 나오는 광경이 경이롭다.”, “까마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는데 떼까마귀 사진을 찍었으니 일본에 가서 자랑해야겠다.”, “까마귀를 보기 싫은 날짐승으로만 생각했는데 많은 떼까마귀가 함께 날아서 나오는 장면은 감동적이고 훌륭한 장면이었다.” 등등 다양한 소감을 말했다. 일본인은 한국인에 비해 까마귀를 바라보는 생각이 자유로우며 접근방식 또한 긍정적이라고 느껴졌다.

‘학의 고장’이면서 생태관광 활성화에 애쓰고 있는 울산시도 자연생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11∼12일 울산광역시는 ‘2018 철새서식지 관리자 국제워크숍’을 국내외 관계자가 다수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행사는 ‘2017년 11월, 제8회 아시아조류박람회’ 개최에 뒤이은 국제행사였다.

지난 6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울산시가 ‘2019 시티투어’ 테마형 코스의 겨울철 투어에 ‘겨울 태화강 떼까마귀 군무’를 새로 추가한다고 밝혔다.(일산제일일보.2018.10.08.) 울산시티투어 겨울상품에 국내 최대의 떼까마귀 군무가 추가된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일본관광객들이 떼까마귀 군무를 보고 ‘스고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한 지 3년 만에 이루어진 쾌거인 셈이다.

어제(14일)는 하루 종일 가슴이 설렌 하루였다. 느껴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수년째 매년 10월이면 '남몰래 짝사랑하던 그대'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6개월간의 기다림은 스쳐지나가는 짧은 만남에서 위로를 받고 내일을 기약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야속하리만큼 그들은 철저히 나를 외면했다. 어제 오전 6시 1분경 올해 울산을 찾아온 떼까마귀 선발대 112마리를 만났다. 삼호대숲에서 잠자고 날아 나오는 순간을 최초로 관찰했다. 떼까마귀 특유의 울음소리를 바람결에 듣고 어둠속에서 20여 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지난해에는 10월 16일 오전 6시 17분경 79마리가 삼호대숲에서 최초로 이소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도래일(到來日) 2일 빠르고 마릿수도 33마리가 더 많은 112마리로 기록됐다. 앞으로 약 한 달에 걸쳐 본진까지 모두 도달하게 된다. 2016년도부터 약 10만 마리로 추산되는 떼까마귀의 군무는 내년 4월 말까지 이어져 앞으로 6개월간 장관을 이룰 것이다.

도래(到來) 1주일 전 철원지역의 최저기온을 살펴봤다. 지난해 평균 최저기온은 8.3℃, 올해 평균 최저기온은 2.3℃였다. 2일이나 빨라진 것은 최저기온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야장(野帳)에는 떼까마귀(이소시각 06:01), 백로(이소시각 06:17) 63마리, 왜가리 6마리, 해오라기 1마리, 재갈매기 1마리, 멧비둘기 21마리, 딱새 1마리, 방울새 5마리, 직박구리 35마리, 참새87마리, 찌르레기 69마리, 큰부리까마귀 38마리, 까치 127마리 등으로 기록됐다.

이를 분석하면, 황새목 백로과(중백로·쇠백로·해오라기) 3종 70마리, 기러기목 오리과 1종 흰뺨검둥오리 15마리, 도요목 갈매기과 1종 1마리, 비둘기목 비둘기과 1종 21마리, 참새목 까마귀과 3종 277마리, 직박구리과 35마리, 참새과 1종 87마리, 찌르레기과 1종 69마리, 되새과 1종 5마리, 솔딱새과 1종 1마리 등 총 4목 10과 13종 581마리이다. 앞에서 나열한 자료는 떼까마귀가 관찰된 날 일요일 오전 5시 30분에서 7시까지 삼호대숲 일대의 조류 조사 현황이다. 자료의 축적이 예측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한 셈이다. 여름 한철 왁자지껄 박수를 치며 큰 웃음소리를 내던 삼호대숲 흰 날갯짓의 주인공 백로들이 훌쩍 떠난 뒤 대숲은 고동껍질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 빈틈을 때맞추어 찾아오는 떼까마귀들이 메워줄 것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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