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화재 안전 가이드라인, 소용 있을까?
풍등화재 안전 가이드라인, 소용 있을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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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소방본부가 최근 발 빠르게 마련한 것이 있다. ‘풍등화재 안전 가이드라인’이다. 축제나 행사 때 사용하가도 하는 풍등 또는 소형열기구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저유소에서 풍등으로 인해 불이 나면서 43억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안고 있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울산의 현실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이야 있지만 참 잘한 조치라는 게 울산시민들의 일반적 정서인 것 같다. 그러나 석유화학단지를 ‘시한폭탄’으로 여기는 일부 시민들은 풍등 날리기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위험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지 싶다.

시 소방본부의 풍등화재 안전 가이드라인은 경계구간 설정, 인력 배치, 풍등 행사 안전기준으로 짜여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풍등 날리기 행사를 할 때는 반경 3㎞ 이내에 경계구간을 설정하고, 미리 예보된 바람방향 2㎞ 지점에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또 안전 기준에 따라 풍속이 초속 2m 이상일 때는 소방당국에서 행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고, 항구 주변 10㎞ 이내에서는 풍등 띄우기를 금지하며, 풍등에 연료를 넣어 점화하는 시간은 10분 이내로 제한한다.

소방본부는 이밖에도 풍등 행사장의 위치 선정, 풍등 수거 인력의 행사장 주변 및 예상 낙하지점 배치, 풍등 하단의 수평 유지와 같은 기준도 안전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다. 소방본부는 이 같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구·군과 교육청, 축제·행사 유관기관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낼 방침이다. 또 화재 발생이 우려되는 위험지역에서는 풍등 날리기 행사를 자제해 주도록 당부할 방침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이드라인이 아무리 많아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없지는 않다. 울산지역처럼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풍등 띄우기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옳다는 지론이다. 이들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사실 이명박 정권 말기, 울산대공원 동문 광장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반정부 집회 때 어느 시민단체에서 띄운 풍등 중 하나가 바람을 타고 공업탑로터리 근처 신축 주상복합건물 10여 층 공사현장으로 날아가 화재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울산시소방본부 관계자는 “풍등을 띄우기 위한 고체연료가 전부 연소하지 않은 채 떨어질 경우 화재 발생 우려가 크다. 특히 울산 지역은 액체위험물 저장시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아서 화재 폭발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도시외곽 산림지역·도농복합 형태의 지역 특성상 산불 발생 위험 또한 크다”는 말도 덧붙인다. 한마디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울산지역이 풍등화재에 매우 취약한 만큼 풍등 날리기 자체를 전면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가치 있는 더 많은 것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과감히 수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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