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교육청 이야기, 그 두 번째
생초보의 교육청 이야기, 그 두 번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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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사와 안드로이드폰을 대표하는 갤럭시폰의 제조사인 ‘삼성전자’. 휴대폰 시장을 두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는 이 두 회사의 조직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애플’과 ‘삼성’에 대한 이야기에는 각각의 회사를 대표하는 리더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점과 기업의 조직체계가 리더를 정점으로 한 강력한 위계조직(Rank-driven organization)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리더의 경영철학과 비전 제시에 따라 각각의 내부조직들이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일사분란하고 신속한 의사 처리와 빠른 문제해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SNS의 대명사격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검색 사이트로 유명한 ‘구글’처럼 실리콘 밸리의 많은 회사들은 또 다른 체계의 조직으로 되어 있다. 이런 유형의 조직들은 리더의 뜻과 지시에 따른 일방적 업무추진보다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른 책임도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이 지는 역할조직(Role-driven organization)으로 ‘애플’이나 ‘삼성’과는 또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위계조직은 CEO 또는 일부의 리더 그룹이 목표(‘세계 최고의 기업’, ‘일류 기업’과 같은)를 정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결정을 대체로 따라가야만 된다. 반대로 역할조직에서 각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목표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목표와 지향점을 일치시키기 위해 세부적이고 확실한 목표가 필요하게 된다. 즉, 구글의 목표는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페이스북의 목표는 ‘커뮤니티를 이루어 모두가 더욱 가까워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Connection)’이라고 한다.

위계조직이나 역할조직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가장 적합한 조직문화를 찾는 과정에서 내면적으로 체계화된 문화가 조직의 형태와 연계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우리 울산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시교육청은 위계조직일까, 아니면 역할조직일까?

교육청 생활이 한 달을 갓 넘긴 ‘생초보’의 입장에서 뭐라 말하기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문제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초보의 입장이기에 내부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객관적 경향을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왜?’라는 의문과 함께 ‘다른 방법은?’이라는 대안까지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은 그야말로 생초보가 갖는 시각의 장점이 아닐까?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은 취임 100일이 지난 노옥희 교육감이 선거에서 울산 시민들에게 약속한 교육 슬로건이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슬로건을 ‘위계조직+역할조직’의 목표로 해석하고 싶다. 위계조직 측면에서 보면,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비전을 시민들에게 ‘약속’을 하는 동시에 공교육 종사자들에게는 울산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역할조직 측면에서 이 슬로건은 울산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의 교사들과 교육행정직, 학교 내 다양한 직종의 공무직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서로 협동하며 힘을 모아서 함께 이루어가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개별 업무 담당자의 권한과 역할, 그리고 상호 토론과 협의가 좀 더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교육청이라는 범위로 한정지어 본다면 ‘2국 2관 10과’라는 ‘위계조직’에 따른 업무추진과 동시에 함께 협의하고 소통하는 ‘역할조직’의 장점이 좀 더 확산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팀별 협의 공간 확충과 개인별 좁은 업무 공간의 개선이라는 ‘업무환경의 개선’은 ‘위계조직+역할조직’의 장점이 활성화되어야 할, 울산교육청에서도 제법 시급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물론, 생초보의 짧은 시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교육청 파견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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