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 메모]중구 문화의 거리를 거닐다
[굿뉴스 메모]중구 문화의 거리를 거닐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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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농촌과 어촌에 가깝던 울산에서 중구는 종갓집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큼 도시의 중심적 역할을 감당해 왔다. 현재 남구의 ‘태화강역’은 이전하기 전까지 중구에서 ‘울산역’으로 불렸고, 사람만 통행하는 울산교도 원래는 버스와 승용차가 다니던 남구와 중구를 잇는 교량이었다. 그때는 시내의 극장가도 모두 포용하고 있을 만큼 중구는 문자 그대로 ‘문화의 중심부’였다.

울산이 공업단지로 조성된 1962년을 전후해 토지구획정리를 마친 남구가 중구를 대신해서 도심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각 구·군은 저마다 지역별 발전을 거듭해 왔다. 남구는 석유화학공단이 입지하면서 대한민국 중화학공업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동구는 정주영 회장의 뚝심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일으켜 현대가의 신화를 기록하며 부자도시의 이미지를 덧입혔다.

그때 현대자동차라는 자체 브랜드가 세워져 울산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동구 지역은 예전의 화려함이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렇게 울산의 도시화가 가속되고, 자가용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걷는 것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더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개인 소유 자가용의 확산은 실핏줄 같은 도로를 뻗어나게 해서 사람들의 이동의 편리를 돕게 됐다.

땅이 좁았던 중구 구도심의 도로는 울산에서 가장 먼저 일방통행 방식을 도입해 차량들의 흐름을 원활하게 도왔다.

세월이 흐르면 도시의 얼굴도 사람의 그것처럼 바뀌어 가기 마련이다. 중구의 ‘문화의 거리’가 도심 속의 명물이 되고 걷고 싶은 거리로 자리 잡은 것은, 역설적으로 이런 도시화의 가속화가 영향을 끼친 덕분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는 “중구 시계탑 사거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면 모두 뜻이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계탑 사거리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차츰 잊혀져 갔다. 문화의 거리를 조성한 중구청에서는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이곳에다 70억원을 들여 또 하나의 문화의 거리를 추가했다.

옛 울산초등학교 건너편에서 시계탑 사거리까지가 본래의 문화의 거리였는데 중구청이 지난 6월 1일부터 울산교 앞까지 이어지는 490m 구간도 문화의 거리로 확대 지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구청은 시계탑 사거리에서 울산교까지 280m 노선을 늘리면서 기존의 쌍방향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인도의 폭도 6m 이상으로 넓혔고, 뉴코아아울렛 바로 옆 젊음의 거리와 맞물리게 해서 걷고 싶은 거리,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거리로 완공했다. 또 이곳은 중앙시장의 명물로 떠오른 ‘큰애기 야시장’과 바로 맞닿아 편리성까지 더했다.

이 거리의 특징 중 하나는 중구를 알리는 ‘울산 큰애기 하우스’가 마련돼 문화 알림이로서 중구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구청은 이곳에 입점한 작가들의 작업 및 전시 공간을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얼마 전에는 울산 큰애기 상점가도 조성해서 먹거리 체험과 문화 체험을 누릴 수 있는 장을 하나 더 보탰다.

10년치 여름을 한 번에 겪은 듯 지난 여름은 무더위가 참으로 대단했다. 이제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장 좋은 계절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의 팔짱을 끼고, 오랜만에 약속을 잡은 친구와 조붓한 오솔길 같은 이 거리를 걷는다면 먹거리 볼거리가 넉넉한 이곳만의 낭만을 넉넉히 맛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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