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보다 더 무서운 ‘주폭’
조폭보다 더 무서운 ‘주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0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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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춘, 조두순, 김수철, 김길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이들은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흉악범들이다. 둘째, 이들은 모두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주취폭력배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상가나 주택가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폭행하고 협박하는 사회적 위해범을 말한다. 일명 ‘주폭(酒暴)’으로 불리며 조폭(組暴=조직폭력배)보다 더 무서울 만큼 악명이 높다.

이들 주폭은 일반시민뿐 아니라 주민치안센터, 경찰지구대, 파출소 등 관공서에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난동을 부린 후에는 “술에 취해 기억이 잘 안 난다.” “만취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저지른 실수”라고 발뺌하기 예사다. 그러다 보니 형사입건이 되더라도 법원은 ‘주취감형(酒醉減刑)’을 이유로 아주 낮은 수위로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주취폭력은 이제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보호해주려는 경찰관을 도리어 폭행하고, 관공서에서 난동을 부리고, 119구급대원·버스기사·택시기사를 폭행하고, 길거리에서 고성방가를 일삼고, 세워둔 자동차를 부수고,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무전취식은 물론 소란을 피우고 업무까지 방해하기 때문이다.

주취폭력배들은 형사처벌 경험이 있는 재범자가 대부분이다. 상습적이어서 심각성이 더한 만큼 주취폭력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

첫째,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무거운 형사처분으로 뼈저린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면 심리적 예방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둘째,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알코올 중독 치료도 같이 해야 한다. 술만 마셨다 하면 저지르는 소란·난동 행위는 일종의 알코올 중독 증세다. 치료방법으로 금주(禁酒)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만큼 심리상담, 약물치료와 같은 실질적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가 있다.

셋째, 알코올 중독 치료와 더불어 주취범죄 예방과 주취범죄자 보호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경찰청은 대구 동부·서부 지역의 민간기관인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곳에서는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 외에도 중독자 조기발견, 보호자 연계 서비스, 위험대상자 공동대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울산에도 이러한 지원기관을 조속히 개설할 필요가 있다.

넷째,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실수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어서 주취폭력사범의 죄의식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주폭은 조폭보다 훨씬 무섭고 잔인하므로 음주실수·주취폭력에 대한 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어찌 보면, 건강한 사회는 건전한 음주문화가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책을 제대로 실천에 옮긴다면 주취폭력배들의 사회복귀가 앞당겨지고 주취폭력 재범률이 줄어들 것이며, 가정폭력 감소와 주민불안감 해소는 덤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경찰뿐 아니라 여성가족부 등 정부 관련부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때마침 울산경찰청은 오는 18일 ‘주취폭력 근절’을 주제로 시민 대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바람직한 공론화의 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태형 울산동부경찰서 생활안전계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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