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협력사 대표의 걱정
현대차 부품협력사 대표의 걱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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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라는 게 그렇다. 늘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이는 노동 담당 기자를 하면서 최근에 다시 실감하고 있는 삶의 진리다. 물론 예고편은 제법 있었다. 그러니까 “현대자동차도 그럴 수 있다”는 경고성 기사들이 쏟아졌던 것. 나 역시 현대차의 미래를 위해 당시 그런 기사들을 제법 썼었다. 하지만 그 때도 속으로는 ‘설마’라는 생각이 더 많았던 건 부인하지 않겠다. 현실이 아니니. 예상과 현실은 언제나 천지 차이다. 예상이라는 건 현실이 아니니 그래도 아직 따뜻하지만 현실은 진짜 차갑기 때문이다. 진짜는 가끔 무섭다.

사실 ‘그 때’라는 게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다. 1년 전? 2년 전? 아무튼 그 때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불황으로 구조조정을 할 때 인접한 현대자동차만큼은 느긋했었다. 자동차 업계는 경기가 좋았거든. 당시 “그래도 현대차가 있으니 울산 경제는 괜찮을 거야”라는 말들이 많았다. 서울 사는 친구의 걱정 어린 전화에 나도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현대차 한 부품협력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나의 생각은 완전히 틀린 것임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1차 부품협력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원청인 현대차의 부진으로 1,2,3차 부품협력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생히 내게 전했다. 1차 협력사를 운영하다 보면 2,3차 협력사들이 한두 개씩 문을 닫는 건 늘 있어온 일이지만 요즘은 10개 중에 3,4개씩 문을 닫아 협력사 줄도산이 걱정된다는 거다. 길어야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2년 전만 해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강성 노조의 집중파업에 대해 생산성 하락을 걱정하며 현대차의 미래와 결부지어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런데 결국은 그게 옳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난 2년여 동안 일어났던 현대차의 급격한 내리막길이 불가항력적이었다는 것. 그러니까 내부요인보다는 외부요인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현대차 수출 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었고, 최근에는 미국발 관세 파동으로 수출 전선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덩달아 부품협력사들은 죽을 맛인 거다.

내부요인은 고쳐나가면 되지만 외부요인은 불가항력이다. 다만 내부를 튼튼하게 하면 외부요인에 좀 덜 흔들릴 수는 있다. 내부요인의 핵심은 역시나 튼튼한 노사 관계. 그렇게 답은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다만 ‘예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만 존재했을 뿐.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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