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주의 의무·양심 동시 촉구한 법원판결
견주의 의무·양심 동시 촉구한 법원판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0.0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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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변화에 따른 개인주의 심화와 더불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소중한 정신문화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사자성어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의미하는 ‘존중과 배려의 문화’일 것이다. 이 같은 개인주의 경향은 반려동물 특히 애견(愛犬)을 기르는 일부 견주(犬主)들에게서 비교적 자주 나타난다. ‘페티켓’(petiquette=영어 pet과 etiquette을 합친 말, ‘애견 에티켓’)이란 신조어가 생긴 것만 보아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이웃 양산의 일이지만, 페티켓을 외면해서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끝까지 잡아떼던 얌체 견주에게 재판부가 본때를 보여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화제다. 울산지법 형사8단독 정재욱 판사는 최근 과실치상 죄로 기소된 A씨(60)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초 목줄을 풀고 달아난 자신의 애견(‘비글’)이 양산의 한 주차장에서 여성 B씨(56)의 왼쪽 다리를 문 정황이 드러나 ‘관리 소홀’ 책임으로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처음의 2배인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에서 “내가 키우는 개가 아니라 다른 개가 B씨를 물었다”고 우겼지만 과학적 증거는 그의 주장을 보란 듯 뒤엎고 만다. 재판부는 그의 개가 목줄을 하지 않은 채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CCTV 영상으로 확인되는 점 등을 들어 B씨를 그의 개가 물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A씨가 개 주인의 의무를 소홀히 했고, 자신의 개가 온순해 피해자를 물었을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합의를 위한 시도나 피해변상도 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던 A씨는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만 셈이 됐다.

비단 A씨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 보도매체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발표를 인용,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한강공원 내 페티켓 위반행위(목줄 미착용, 배변 방치 등)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가 221건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2015년 기초질서 위반행위 계도 실적에서 ‘애견 관리 소홀’이 ‘주차 위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그 다음해(2016년)부터 방침을 바꾸어 ‘애견 관리 소홀’을 ‘5대 공원질서 교란행위’의 하나로 보고, 중점단속에 나서고 있다.

애견 관리에 대한 법원 판결이나 서울시 조치가 던져주는 의미는 작지 않고, 지역 견주들에게도 교훈적 메시지로 다가가지 싶다. ‘페티켓’은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A씨의 사례를 거울삼아 그 같은 낭패가 울산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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