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월동 사료작물의 ‘입모 중 파종’ 적기
지금이 월동 사료작물의 ‘입모 중 파종’ 적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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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내는 시기에 대해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농업인이라면 모내기는 5월 초부터 하지까지가 적기라는 것을 알고 이 시기에 하려고 한다. 무는 처서에 심어야 하고 배추는 처서 지나 15일까지는 심으려고 한다. 이처럼 김장용 무·배추와 벼는 적기 파종이 풍흉을 가름한다. 하지만 풀(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경우는 농사라는 절실함이 부족한 것 같다.

현재 우리네 농가소득의 46%를 차지하는 축산분야의 중심에는 풀을 먹고사는 한우나 젖소가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를 보면 풀 농사를 지어 가축의 먹이 생산을 잘하는 나라들이다. 미국이나 호주가 그렇고 스위스와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 또한 그렇다. 제조업, 관광 등 2,3차 산업과 최근의 4차 산업 육성도 실은 1차 산업(농업)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단백질을 얻기 위한 인간의 오랜 몸부림이다.

또 이는 최상의 소고기를 먹고 싶고 치즈나 아이스크림의 고소하고 달콤한 유혹에 빠지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우리도 올해 3만 불을 넘어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 첫 관문이 양질의 축산물을 얼마나 소비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이 같은 소비의 충족은 양질의 축산물 생산을 전제로 한다. 그 첫 단추가 좋은 풀을 많이 재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은 곳에서는 같은 논에다 여름에는 모를 심고 겨울에는 풀을 심어 땅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

좋은 풀을 많이 생산하기 위한 기술적인 첫 단계는 종자를 적기(適期)에 파종하는 일이다. 소가 맛있게 잘 먹는 품질 좋은 풀 사료를 생산하는 것은 맛있는 1등급 한우와 신선한 우유를 만드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료작물 재배는 겨울철 논을 이용한 재배가 74% 이상을 차지한다. 겨울철 사료작물에는 이탈리안 라이그래스(IRG), 호밀, 청보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탈리안 라이그래스는 겨울철 사료작물 중에서도 수확량이 많고 소가 잘 먹는 중요한 작물이다. 이 사료작물(IRG)의 울산지역 파종 적기는 9월 하순∼10월 상순이고, 청보리나 호밀의 파종 적기는 10월이다.

이처럼 최적의 시기에 파종을 하면 발아가 잘되고 월동(越冬) 전에 일정한 영양분을 몸속에 저장해 겨울추위에 얼어 죽는 비율이 적어진다. 하지만 이 시기는 논에 벼가 서 있는 때여서 농가에서는 파종 적기를 놓쳐 사료작물 재배에 어려움이 많다.

이를 감안해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하고 있는 ‘입모 중 파종 재배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논에서 벼를 수확하기 전에 벼가 서 있는 상태에서 이탈리안 라이그래스 종자를 먼저 뿌리는 파종방법을 ‘입모 중 파종’이라 하는데, 가장 큰 장점은 적기에 파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자로는 추위에 강하고 수확시기가 빠른 그림팜이나 코그린 등을 추천한다.

파종량은 벼 줄기에 묻어나가는 양을 감안해서 로터리 파종 때보다 10kg이 많은 50kg/ha을 손으로 뿌리거나 비료살포기로 흩뿌림을 한다. 앞으로는 드론을 활용한 파종도 가능할 것이다. 청보리나 호밀도 200kg/ha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이후의 작업순서를 보면 ①발아를 위해 수분이 충분해야 하므로 물 빠짐이 좋은 논은 물이 있는 상태에서 파종 후 2일 후 물 떼기를 하고, 일반 논에서는 물 떼기 직후 바로 파종한다. ②벼 수확은 파종 후 10∼15일에 하되 늦어도 10월 20일까지 수확하는 것이 좋다. ③볏짚 수거 후 밑거름을 주고 배수로를 만든다. ④11월 중·하순경에 월동 전 진압(=눌러 가라앉히기)을 한다. ⑤웃거름 주기는 3월 상순경에 하고, 서릿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진압한다. 이 과정대로 하면 15%의 생산량 증대가 있다. ⑥수확은 5월 상·중순 출수기~출수 후기에 한다.

추석이 엊그제였다. 오곡과 백과로 명절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 심고 가꾼 덕분이었다. 그래도 또 심어야 한다. 내일 우유와 소고기로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사료작물의 파종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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