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 경기 불황에 ‘명절 포비아’ 확산
“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 경기 불황에 ‘명절 포비아’ 확산
  • 성봉석
  • 승인 2018.09.1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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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먹고 살기도 바쁜데 명절까지 챙길 생각하니 막막합니다.”

‘고용참사’로 까지 불리는 경기 불황으로 울산지역 역시 시름하는 가운데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명절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19일 오전 울산대학교 도서관 흡연실에서 만난 오모(25)씨. 대학교 3학년인 오씨는 올해 추석에는 고향인 부산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오씨는 “취업을 위해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준비 중인데 명절이라고 쉬어버리면 흐름이 끊길까봐 명절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할 예정이다. 취업도 잘 안되는데 명절이라고 쉴 수 있겠냐”며 “괜히 집에 가봐야 친척들의 잔소리에 스트레스 받고 괜히 눈칫밥만 먹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부모님은 어떻게 대답하셨냐는 질문에 그는 “부모님은 그래도 명절이니 와서 음식도 먹고 친척들 얼굴도 보라고 하시는데 거절했다”며 “명절 연휴가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 괜히 부모님께 죄 짓는 거 같아 미안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직장인인 김모(31)씨는 올해 추석 연휴 당직 근무를 자처했다. 경기가 안 좋아 명절 보너스가 크게 줄어든 데다 최근 조카들까지 늘면서 용돈에 대한 부담이 늘어서다.

김씨는 “경기가 안 좋다보니 예전처럼 명절이라고 보너스가 두둑하게 나오지도 않는데 오고가는 기름 값에 명절 준비 비용, 부모님과 조카 용돈을 다 챙기려면 너무 부담이 크다”며 “어차피 회사에서 일을 하던 명절을 지내던 피곤한 것은 똑같은데 그래도 회사에서 일하면 큰 지출은 피할 수 있다. 회사 핑계를 대면 가족과 친지들도 어느 정도 이해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주변에선 우스갯소리로 조상 잘 만나 조상 덕 본 사람들은 명절에 다 해외여행 가고 없다는 말도 한다. 누구를 위한 명절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신건강 관련 센터 한 관계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취업이나 결혼 등 주요 과업을 수행하지 못한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회피현상”이라며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도”고 말했다.

성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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