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가 그립고 그립다(하)
스티브잡스가 그립고 그립다(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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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때가 생각난다. 스티브잡스는 신제품 발표회에서 한자리에 서서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무대 위를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이야기할 때가 많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관중들에게 지루함을 덜어준다. 발표라기보다 상대방과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발걸음을 쳐다보기도 하고 화면을 보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관중이다. 잡스가 발표할 때 시선은 대부분 관중에게 향해 있고 그가 웃을 때는 관중들이 웃고 관중들이 웃으면 그는 미소를 짓는다.

잡스는 많은 관중을 같은 포인트에서 한 번에 웃길 수 있을 만큼 매우 유머러스하고 센스가 있다. 군더더기 없는 재미있는 슬라이드 화면은 그를 뒷받침한다. 또 말할 때는 단어나 문장에 쉼표가 있듯이 말하기에 그의 말을 집중해서 경청하게 된다. 슬라이드는 매우 단순하지만 한 슬라이드에 담겨있는 문장과 그림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슬라이드를 보고 “알아서 해석하라”는 식이 아니라, 마치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처럼 굉장히 친절하고 때로는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그때도 불필요한 설명은 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전혀 지루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는 수많은 말을 남겼다. 그에게는 평범한 문장일지라도 그가 남긴 말은 그가 떠난 뒤에도 회자되고 있다. “단순함을 얻기란 복잡함을 얻기보다 어렵다. 무언가를 단순하게 만들려면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은 어렵지만 한번 거치면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아이폰을 가장 잘 설명한 말이다. 처음 나온 아이폰은 누가 보기에도 어느 폰보다 단순했다. 그 단순함이 우리에게 훨씬 편리함을 선사했고, 스마트폰의 디자인까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세상에 없던 디자인과 기능을 위해 창조했다. 하나의 단순함을 위해 수백 번의 복잡함을 거쳤으리라.

하나의 스마트폰을 창조하기 위해 400개가 넘는 특허를 남겼지만 오로지 기술에만 집착했다면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의 회사가 휴대폰 회사가 아니었고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세계시장의 단 1%만 목표했을 만큼 휴대폰업계에 최초로 도전한 제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브랜드가치 1위에 등극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감성을 톡 건드렸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꼭 갖고 싶은 보석만큼 감성적으로 아름다우며 디자인만으로도 그 가치를 극대화시켰다.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나의 모든 기술을 넘길 수 있다.” 아이폰 탄생의 가치는 이윤을 위한 기술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작용하는 마음,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결국 철학으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오늘날 그토록 필요로 하는 혁신을 진작부터 추구했고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진정한 리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그는 결코 부를 쌓는 데 집착하거나 좋은 옷이나 좋은 차를 타는 데 시간과 돈을 쏟지 않았다.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그 과정을 즐겼고 그것이 본인의 시간과 열정의 투자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겼다. 그는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즐겼다. 그래서 행복했다.

우리가 마음으로 원하고 아날로그만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잡스는 한 손에 잡히는 작은 폰에 모두 담았고, 비로소 우리가 그것을 원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나머지 인생을 설탕물이나 팔면서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꿔놓을 기회를 갖고 싶습니까?”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어떤 삶을 지향하며 살아갈 것인지 매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스티브잡스는 이 세상에 없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스티브잡스는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가 그립고 그립다.

이이경 우양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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