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울산의 현주소를 보면서
4차 산업혁명, 울산의 현주소를 보면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19 2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여름 통계청의 지역 기업체 현황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침울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들도 울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부분 비슷했다. 대기업이 많아 제조 중심의 산업이 막강하고 튼튼한 도시이며, 그들을 뒷받침하는 산업도 당연히 튼실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수년전부터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가 이슈였기에 4차 산업혁명 관련 울산지역 IT분야 사업체의 자료는 지난 수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분석했더니 결과는 약간 의외였다. 대기업 주변에는 IT기업체들이 상생하고 현장을 지원하는 소규모 IT기업체들이 다수 공존하는 산업적 특성이 울산에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규모 IT기업체가 울산에 상주하는 성적은 너무도 저조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중 어디가 부족한지 알아보려고 상세하게 분석해 보았다. 솔직히 말해 울산이 그나마 강한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찾아내 이슈화하려고 찾아보았던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신문 등에서 자주 이슈로 떠오르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 등 산업기술별로 분류해서 기업체와 종사자 등을 상세히 분석한 결과 기분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전국 평균에 비해 약간이 아니라 많이 밑돌고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방법을 써서 좋은 방향으로 결과를 얻고자 했지만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분석 자료를 바로 덮어버렸다.

울산의 정치·정책지도자들은 이러한 고민을 수년전부터 하면서 해결방안을 찾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이러한 산업을 지원해줄 기관인 가칭 ‘3D프린팅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분원, 가칭 ‘국립조선해양연구원’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아직은 좋은 소식이 안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고,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부분은 그대로 인정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손을 놓자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할 시점이라는 얘기이다.

1990년대 미국의 IT 중심 도시였던 오스틴을 예로 들어보자. 이 도시는 석유, 농축산 중심의 산업을 과감히 버리고 IT 중심 도시로 변모하기 위해 IT 관련 학과를 주립대학에 유치했다. 또한 주거·교통 등 도시개선에 주력하고, 세금(개인소득·비과세·법인세 등)을 대폭 낮추는 한편 컨트롤타워를 구성해서 ‘글로벌 IT 버블’이 있었던 2000년 초반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금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상주하게 된 것은 기업 특성상 집적화가 필요한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주정부의 노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포틀랜드의 경우, 도시관리법에 따라 UGB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한편 ‘2040 Plan’과 ‘Cities Zoning 계획’을 수립해 도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틀랜드 메트로 담당자를 인터뷰할 때 들은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현재의 글로벌 기업 외에 대기업이 들어오려는 것을 오히려 허가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앞서 말한 계획을 위해 도시를 기존의 상주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곳으로 조성하면서 인구가 유출되는 와중에도 오히려 도시를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포틀랜드는 살기 좋은 도시를 계속 지향하면서도 확장보다는 변화에 대한 대응을 택한 것이다.

위의 두 도시는 정책이 확연히 다르지만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우리에게 어떤 산업상의 변화를 가져다줄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혁신을 하되 그 대상이 산업인지, 도시인지 이제는 선택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먼 미래에 울산은 어떤 도시가 더 이상적일지, 아니면 시민들이 어떤 도시를 더 원할지 고민도 해야 한다. 기술과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이 큰 혁신을 가져다주겠지만 시민들에게도 4차 산업혁명에 상응하는 삶의 혁신도 분명히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영 울산발전연구원 산업경제팀·공학 박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