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마을발전기금 운용 부작용 속출
폐쇄적 마을발전기금 운용 부작용 속출
  • 강은정
  • 승인 2018.09.1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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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탓에 주민갈등 유발… 남구서 실형받기도“비공개 집행이 원인, 지자체 차원 관리감독을”

기업체가 주민과 상생 협력을 위해 내놓은 ‘마을발전기금’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금을 주먹구구식으로 나눠먹기를 하거나 서로 가지려고 싸우면서 주민들간의 갈등을 유발해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특히 이장이나 협의회 회장 등이 공금을 횡령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기금이 ‘눈먼돈’으로 전락하고, 서로 받은 돈이 다르다는 말로 원수지간으로 변하는 실정이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김주옥 부장판사는 업무상횡령과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울산시 남구의 한 마을발전협의회 회장을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역임했다.

이 마을 발전협의회는 2004년 한 기업체로부터 발전기금 10억원을 받은 상태. 이중 8억3천만원을 마을 공원 조성사업에 사용하고 나머지 1억7천여만원을 신용협동조합에 예금해 관리해왔다.

A씨는 회장이 된 후 공청회를 열어 2016년 이자 등 3억4천여만원의 발전기금을 2010년 이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주민들에게 균등 배분하기로 결정했다.

배분하는 업무를 하던 중 A씨는 50만원짜리 현수막 제작비를 140만원으로 부풀려 회계 처리하는 수법으로 1천만원을 챙겨 재판에 넘겨졌다.

또 발전기금을 주민들에게 나눠줄 때 가상의 주민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주민 20여명에게 60만원씩 나눠준것처럼 꾸며 1천300만원 상당을 횡령했다.

A씨는 마을 내 기업들로부터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사용할테니 기금을 달라고 말하는 등 7개 업체로부터 2천500여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는 마을발전기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2천400여만원을 횡령했고, 공익을 빙자해 마을 소재 기업들로부터 2천500여만원을 편취했음에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A씨가 이 기금을 마을 주민에게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출처를 공개하지 않고 개인이 낸 것처럼 봉사하는 태도를 보여 결국 자신의 평판을 높이는데 이용한 것일 뿐이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여기 뿐만이 아니라 울산 울주군 원전지원금, 전통시장 상인발전기금 등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발전기금이 줄줄 새는 이유는 단체의 폐쇄성에 있다.

발전협의회라는 조직이 몇몇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이들 중에서도 회장과 일부 임원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서 폐쇄적 운영이 될 수 밖에 없어 이 같은 고질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 기금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비공개로 집행되므로 비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 마을 주민은 “기금을 두고 주민들간 갈등은 말도 못하고 원수지간도 많다. 말 잘 들으면 많이 주고 따져물으면 돈을 안주기도 하는 등 그동안 횡포가 심했다”라며 “마을발전기금은 마을 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돈이고 공공 성격이 강한 만큼 지자체에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리감독을 해 소수 임원들의 쌈짓돈이 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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