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상의, 해외노사전문가 초청 세미나
울산상의, 해외노사전문가 초청 세미나
  • 김규신
  • 승인 2018.09.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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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억제, 이해관계 대립부터 인정을”독일 슈미트 소장, 조화·타협 강조노동계 “노동 가치 인정문화 정착”산업계 “노사 교섭 불균형 해소를”
독일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교의 슈미트 노동기술문화연구소장이 13일 울산상공회의소가 울산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주최한 ‘해외 노사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독일의 노동관계-발전과 기능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독일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교의 슈미트 노동기술문화연구소장이 13일 울산상공회의소가 울산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주최한 ‘해외 노사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독일의 노동관계-발전과 기능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기업과 노조가 평화적으로 상생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구조개편 보다는 서로 간의 양보와 배려가 중요하며 노사 간의 갈등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의 전제는 이해관계의 대립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독일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교의 슈미트 노동기술문화연구소장이 13일 울산상공회의소가 울산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주최한 ‘해외 노사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독일의 노동관계-발전과 기능성’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하며 노사 갈등 억제 전제조건으로 ‘이해관계 대립 인정’을 꼽았다.

울산상공회의소는 해외 선진 노사전문가 초빙을 통해 노사관계를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노사 관계자만을 위한 세미나가 아니라 전 시민을 대상으로 유럽 노사관계의 대표 격인 독일 사례를 통해 선진 노사제도에 대한 인식 정립과 울산의 현 노사문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준비한 것이다. 울산지역 기업체 임직원 및 노조 관계자, 시민 등 25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슈미트 소장은 독일 노동관계의 특징에 대해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과 사업장평의회가 공존하고, 사업장에서의 노동관계와 단체협약상의 관계가 공존하는 것”이라며 “일반적 이해와 특수 이해가, 협력능력과 갈등능력이 함께 작용하는 이원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역사적 타협에 기반해 조화를 이루면서 사회통합의 성공 모델이 됐다”고 소개했다.

단체협약과 관련해서는 “독일은 대부분 강력한 대표성을 바탕으로 산별 노조와 사용자단체 간에 단체협약이 이뤄지는데, 일단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해당되는 모든 산업과 직종에 적용된다”며 “사용자와 노조 대부분이 단체협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개별협상에 의한 소모적 비용을 줄이고 근로 여건 개선은 물론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의 임금 체계는 직무가치에 따라 등급별로 차등되는 기본급과 성과에 따른 능률급, 업무부담 정도에 따른 추가수당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직무가치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평가표에 의해 차등 적용되는데 등급에 따라서 임금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금체계에 대해 그는 “독일도 이전에는 학력의 수준, 사무직·생산직, 대기업·중소기업으로 구분된 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2002년 신임금기본협약(ERA)체결과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직무급 형태로 발전했다”며 “결과론적으로 이는 노사가 만든 세분화된 기준에 의해 임금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일의 가치를 더 존중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소장은 또 “최근 독일의 노사관계도 노조 조합원수 감소, 개별 사업장 투쟁, 자본과 노동을 국가가 통제하는 코포라티즘으로의 회기 등으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해관계의 균형 잡힌 독일식 제도화된 노동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노동관계 주체들이 본연의 역량을 유지하면서 과거 갈등 재발 방지를 위해 당사자들 사이에 권력 균형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정준금 울산대 교수의 진행으로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본부 의장, 김준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시장,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이 분야별 입장을 피력했다.

근로자를 대표해 참석한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본부 의장은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와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정부와 사용자단체가 자본만큼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은 총고용을 보장하고 노조에게 경쟁력 향상에 함께 노력하자는 노사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준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한국은 파업 요건이 용이하고 파업 때 사용자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법과 제도적으로 노사 간 교섭력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파업찬성률을 현행 2분의 1에서 3분의 2 또는 4분의 3으로 강화하거나,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또는 직장점거 금지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조업 일자리 잠식이 현실화하는 지금은 노사관계가 기존 일자리를 함께 지키기 위해 협력하고 연대해야 할 때다. 재벌개혁, 정치개혁도 중요하지만 노동시장 개혁도 그만큼 중요하다”면서 “노동개혁의 핵심은 60년도 더 된 전근대적 근로기준 제도를 현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유연성 체계가 확립됐지만 한국의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활용 외에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 개발이 미흡했고, 기능적 유연성을 일터 혁신과 연계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계는 유연성, 경영계는 안전성, 정부는 안전성과 세제 혜택, 훈련 확충 등을 서로 양보하고 제공할 때 균형이 이뤄지고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울산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노사 간 상생 협력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독일의 협력적 노사문화 사례가 울산 노사관계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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