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을 넘보는 ‘취업낭인’
‘바늘구멍’을 넘보는 ‘취업낭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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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인 일본은 최근 들어 엔저 지속과 경기회복 효과로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고 있는 ‘완전고용’ 상태다. 반면에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취업낭인’ 신세다. 구직난으로 졸업장을 받고는 공사장 등에서 일거리를 찾으며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린다. 대졸예정자 고용시장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다. ‘취업낭인’은 ‘취업(就業)’과 ‘낭인(浪人)’의 합성어로, 한군데 정착하여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며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교를 떠나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한 청년(15∼29세) 중 건설노동 등 단순노무직 비중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4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단순졸업·중퇴 후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청년은 올해 5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만7천명 늘어난 25만3천명이었다. 이들의 비중은 전체(330만1천명)의 7.7%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는 수년간 계속된 실업률 고공행진에 더해 최근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청년 신규채용이 위축된 결과라는 생각이다. 통계 분류상 ‘단순노무’는 건설현장의 소위 ‘막노동’이나 주유, 음식배달 등 보조업무 성격의 일을 뜻한다.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했지만 주유 보조나 건설현장 등을 전전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최근 청년층 일자리 사정이 나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에 일본은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올해 대학졸업생의 취업률(4월 1일 기준)은 98.0%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황이다. 특히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49년생)가 대거 은퇴한 뒤 젊은 층에게 이 ‘취업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이는 일손부족 현상이 빚은 결과인 셈이다.

또, 일본 대학생들은 현명하게도 대기업 취업에 실패할 경우 중소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춘다. 신졸일괄채용(新卒一括採用) 문화가 남아 있어 대학 4학년생이 고용시장에서 몸값이 가장 높고, 기회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대기업 입사와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취업 낭인’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나라도 ‘공시낭인’을 줄이기 위해 7급 공무원 시험에 ‘PSAT’를 도입할 예정이라니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적절한 준비란 생각이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2021년도 7급 공채 1차 필기시험 개편안의 핵심은 국어시험 대신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하고, 한국사 시험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한다. 이 같은 7급 공채시험 개편은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도 민간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여, 수차례 탈락해 공무원 시험(공시)에 매달리는 이른바 ‘공시낭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7급 공채 1차 시험은 ‘국어·한국사·영어검정시험’에서 ‘PSAT·한국사검정시험 2급 이상·영어검정시험’으로 바뀐다. 앞서 작년부터 영어시험은 토익(700점), 토플(PBT 530점) 등의 영어검정시험 성적으로 대체됐다. PSAT는 2004년 5급 공채(외무)에 처음 도입돼, 현재는 5급 공채·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및 5급과 7급 민간경력자 채용 시험 등에 활용되고 있다.

자영업 시장의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청년층 등은 마지막 탈출구인 생계형 자영업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악수(惡手)’다. 생존절벽에 내몰린 ‘취업낭인’들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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