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를 처음 봤다는 학생들
백로를 처음 봤다는 학생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0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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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9월 8일) 점심나절, 밝은 표정의 고1 남학생 33명이 여교사 3명과 함께 삼호철새공원의 명당자리쉼터 ‘은행나무정원’을 찾았다. 중구 태화동 중앙고등학교(난곡로 33) 1학년 학생과 인솔·지도교사 일행이 태화강 북쪽(江北)에서 태화강 남쪽(江南)으로 건너오는 데는 줄배 신세 세 번이면 족했다. (‘줄배’란 강 양쪽 기슭에 매어놓은 줄을 잡아당겨 강남-강북을 오르내리는 ‘태화강 나룻배’를 말한다.)

학생들은 모처럼 굴러들어온 해방감을 환호로 맞아들이기에 바빴다.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게 제법 많은가 봅니다.” 이날의 야외학습 길잡이 황인석 태화강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의 귀띔이다. 간선도로 두세 곳 건너기만 하면 ‘엎어져 코 닿을자리’인데도 태화강에 처음 와 본 학생들이 그렇게나 많다니…. 하긴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시키는 대로 책하고 씨름만 하다 보면 바깥세상에 한눈 팔 틈이 어디 있겠나.

학생들이 처음 본 것 중엔 삼호대숲에 둥지를 튼 여름터줏대감 백로류도 있었다. 숨 막히게 우거진 암록색 대숲, 키대로 자란 채 연홍빛 열매 자랑에 바쁜 은행나무들, 잔디밭에서 사이좋게 모이를 쪼는 양비둘기 떼들 하며…, 모든 게 신기했을 터였다.

이날의 야외학습 주제는 ‘2018학년도 과학·수학 학생중심 체험활동-태화강 생태탐사’. 그랬다. 알고 보니 인솔책임자 조선화 교사의 직함이 ‘과학·수학부장’이었다.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스마트폰을 한 대씩 빠짐없이 들고 나왔다. 간절곶공원의 가상현실 체험(포켓몬 게임)도 스마트폰 없인 불가능하지.

한국과학창의재단 지원으로 운영된다는 ‘학생중심 체험활동’은 문자 그대로 문제도 답도 학생들이 스스로 내고 찾는 방식의 자기주도적 학습형태. 황 국장이 관여하는 ‘백로생태학교’에 먼저 전화를 건 쪽도 학생이었다. 출제학생 3명 중 한사람인 김종원 학생(1학년 6반)이 친절하게 설명을 거든다. “객관식 일곱 문젠데요. 나무에 걸린 종이 속 QR코드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알아내서 답을 철새공원 숲에서 찾아내면 됩니다.”

‘가상(假想)의 새’를 숲속에 숨겨놓고 QR코드 지시어대로 답을 찾아내게 하는 방식이라 했다. 이를테면 미리 제시한 백로 5종(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노랑부리백로, 흑로) 중에 ‘태화강에서 볼 수 없는 백로 2종’을 골라내게 한 뒤 정답(노랑부리백로, 흑로)을 맞추면 되는 것이다. (태화강 주변에서 서식하는 백로는 모두 7종이다.) 이날 학생들에게는 은행나무정원 작은 무대 근처에 설치된 해설판의 사진과 설명문이 큰 도움이 됐다. ‘태화강을 찾는 철새’ 12종과 ‘태화강에 사는 텃새’ 12종에 대한 해설을 담은…,

그 뒷말은 더 기특했다. “저희들은 울산 살면서도 울산의 자연생태가 어떤지, 울산의 현안이 무엇인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는 되지 말자, 우리 고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하고 셋이서 기획한 게 ‘태화강 생태탐사’였습니다.” 창의성이 유난히 돋보인 학생들의 야외학습은 “학생중심 활동, 자기주도적 학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속 시원히 들려주는 것 같아 흐뭇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태화강∼삼호대숲의 조류(鳥類)지킴이 김성수 선생(조류생태학박사)의 20분짜리 특강. 천 조각을 잇대 만든 바지가 눈길을 끄는 김 박사가 그 특유의 넉살 좋은 강연을 풀어나갔다. “옛날, 경주를 월성·금성, 밀양을 밀성, 수원을 화성이라 했듯이 우리 울산은 학성(鶴城)이라고 했다. 학이 많이 살던 고장이란 뜻이다.” 학(鶴·두루미)과 태화강 조류에 대한 설명이 대충 끝날 무렵 그는 겨울철새 떼까마귀가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습성을 얘기하며 이렇게 말을 맺었다. “여러분은 사회에 나가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우정 두터운 중앙고 동문들이 꼭 될 것이라 믿는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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