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 칼럼]‘아이즈원(IZONE)’의 성공을 기원하며
[성주원 칼럼]‘아이즈원(IZONE)’의 성공을 기원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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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프로듀스48’이 드디어 끝났다. 지난 6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방영되었던 엠넷(Mnet)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48’은 한국 연습생과 일본 ‘AKB48’ 그룹 내 멤버들이 경쟁해서 한일 단일 걸그룹을 선발하는 콘셉트의 방송이었다. 국민이 직접 아이돌 데뷔 멤버를 선발하는 한국의 ‘프로듀스101’ 시스템과 일본의 유명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의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콘셉트로 한 아키하바라(AKB) 시스템이 결합한 형태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이 1998년 10월 20일 처음 이루어졌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이 프로그램은 일본문화 개방 20주년 기념작이 되는 셈이 되었다. 20년 전 일본 대중문화 개방 당시에는 일본문화가 개방되면 일본의 강력한 문화산업이 한국 문화산업의 씨를 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한일 대중문화를 분석해보면, 음악과 영화의 경우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드라마와 예능은 포맷 자체를 수출해서 리메이크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이와는 달리 일본은 내수시장 위주의 폐쇄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아이돌도 ‘AKB48’이나 ‘노기자카46’ 등이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K-pop의 위상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프로듀스48’이라는 프로그램 자체도 K-pop의 위상을 인정한 아키모토 야스시가 AKB 그룹을 참여시킨 것이니만큼 냉정하게 분석해도 K-pop이 J-pop보다 세계에서 고평가를 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자칭 ‘아이돌 전문가’인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아이돌과 일본 아이돌은 시스템 자체부터가 다르다. 먼저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기획사 등에서 오디션을 통해 뽑은 아이돌을 몇 년간 교육해서 춤, 노래, 퍼포먼스 등 완벽한 공연 위주의 형태를 추구한다. 하지만 일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미성숙한 아이가 본인의 한계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는 서사(story)를 중시한다.

K-pop과 J-pop의 특징은 노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f(x)의 ‘Electric shock’나 레드벨벳의 ‘빨간 맛’ 등 후크송 위주의 리듬이 주를 이루는 K-pop에 비해, J-pop에서는 각각의 아이돌 컨셉에 어울리는 감성적인 가사가 특징적인데, NHK의 인기 아침드라마(朝ドラ) <아침이 온다-あさが?た>의 OST로도 유명한 <365일의 종이비행기-365日の紙飛行機>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현재 BTS나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의 K-pop이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는 있지만, 한국 아이돌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칼군무’로 통칭되는 멋진 댄스의 이면에는, 자의든 타의든 라이브 공연보다는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는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아이돌은 가수보다 댄서에 가깝지 않느냐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가 80년대 이전에 생각하던 가수와 지금의 아이돌의 정체성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종합엔터테이너로서 아이돌을 이야기한다면, 로봇처럼 칼군무를 추는 것보다 조금 미숙하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이즈원(IZONE=‘프로듀스48’을 통해 탄생한 걸그룹)의 활동이 매우 기대된다. 단순히 이번 ‘프로듀스48’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K-pop의 장점과 J-pop의 장점을 서로 잘 배워서 세계무대에서 열심히 경쟁하고 또 우의를 다지는 한일 아이돌의 모습을 보고 싶은 개인적인 열망 때문이다. 이번 ‘프로듀스48’과 ‘아이즈원’을 계기로 한일 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더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성주원 동강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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