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공모’로 시작한 인생 2모작
‘돌공모’로 시작한 인생 2모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0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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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정들었던 SK를 나와 보니 “그동안 내가 울산으로부터 참 많은 은혜를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곰곰이 고민하다가 두 가지 방법을 찾게 되었다. 하나는 “학교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양성하여 사회에 내보내는 일이 매우 가치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또 다른 하나는 “퇴직해서 밀려 나오는 전문 고경력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생각이 꽂혔다.

감사하게도 울산대 화학공학과에 제1호 산학협력교수로 임용되면서 그 기회가 찾아왔다. 혼신의 힘으로 산업현장과 끈을 연결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마지막 장학기금 전달식에서 “엔지니어와 CEO로서 체득한 산업현장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하는 데 헌신하여 울산대 산학협력 사례가 세계 주요 신생대학의 모범사례로 원용되는 데 기여했다”며 노고를 치하해 주었다.

정년퇴임한 직장인이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고, 산업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지금까지 울산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 이제는 앞장서서 시민들, 특히 학생들에게 봉사할 때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산업안전이나 그린에너지와 관련된 문제 해결은 국가경제 발전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앞으로도 순수한 봉사와 멘토링에 더욱 앞장설 것이다.

“도대체 ‘돌공모’의 뜻이 뭔가요?” 어딜 가나 많이들 물어본다. 원래 ‘돌공모’는 ‘돌아온 공장장 모임’의 준말이다. 그런데 조금 섬뜩하다고 하여 고상한 이름을 찾았다. 그래서 만든 이름이 ‘New Challenge Network’을 줄인 ‘NCN’이다. 지금은 위원 160여명의 조직으로 발전했지만 처음에는 9명으로 단출하게 출발했다. 정식 이름표는 ‘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다. 그 대상도 퇴직 공장장뿐만 아니라 임원, 공무원, 공기관·연구소를 나온 분들도 회원으로 맞이하고 있다.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출신이 많지만 중공업과 자동차, 원자력발전소를 퇴직한 분들도 많이 찾아온다. 지금은 화학 부문과 기계 부문이 거의 반반이다.

대한민국 산업수도인 울산에는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3대 주력산업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 근대화의 주역들인 공장장과 임원들이 한참 일할 나이에 퇴직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조직을 만든 것이다. 2011년 9월 7일, 마침내 NCN 창립총회가 열려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다. 그리고 2013년 2대, 2015년 3대 회장으로 3번 연임하면서 조직을 확고히 다지고 회원을 늘린 후 2017년 10월부터는 명예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보통 ‘사회공헌’ 하면 봉사활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중소기업 애로기술 해결이나 대학생 대상 지식나눔 멘토링도 사회공헌 활동이다. NCN은 새로운 기부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생각을 조금만 긍정적으로 바꾸면 창문 너머 온 세상이 포근함으로 가득 찰 수 있다. 플라톤이 법률을 완성한 것도 80세이고, 프랭클린이 망원경을 발명한 것도 80세이며, 서성(書聖) 김생의 글씨가 신묘한 필력을 더한 것도 80세 이후다. 인생 백수시대. 그럼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은가.

노장의 인생가지에는 경험주머니가 쉼 없이 매달려 그 주머니 안에는 온갖 향기가 가득하다. NCN 연륜 속의 농익은 향기가 멀리 퍼져 나가 울산 지역사회가 더 향긋해지기를 소원한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태반이 봉사 받을 나이이지만 울산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환원하고자 하는 열정이 전국으로 퍼져 불타오르길 소망한다. NCN 위원들이 다시 꿈 많은 소년으로 태어나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 이모작을 반드시 이루기를 기대한다. 이 모두 너무 감사할 일이다.

박종훈 화학네트워크포럼 대표, 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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