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지원 카라반’ 향한 온산산단의 소리
‘투자지원 카라반’ 향한 온산산단의 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0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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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용어 가운데 ‘투자지원 카라반’이란 게 있다. ‘카라반(caravan)’이란 원래 낙타나 말의 등에 짐을 싣고 떼 지어 다니던 상인집단 즉 ‘대상(隊商)’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투자지원 카라반’을 ‘산업현장을 찾아나서는 투자지원단’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투지지원 카라반은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의 개혁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관계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취지의 ‘투자지원 카라반’(이하 카라반)이 지난달 산업단지공단 울산본부를 찾아와 온산 국가산업단지 기업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고, 이 소식은 3일 기재부 발표로 알려졌다. 울산시민들로서는 카라반이 울산 기업들의 어떤 목소리에 밑줄을 그었고, 이를 근거로 앞으로 어떤 개선방안을 내놓을지 궁금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카라반 행적의 대강이 공개된 점이다. 카라반은 온산 국가산단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담’ 형식으로 청취했다. 대담에는 대한유화, 용산화학 카프로, 온산공업단지협회 관계자가 자리를 같이했다.

한 중소기업은 해외기업이 새 공장을 짓자고 해도 규제에 묶여 뜻을 이룰 수 없다며 규제 개혁을 주문했다. 현행 산업집적법은 산업용지와 공장의 동시임대만 허용할 뿐 산업용지만의 임대는 제한하고 있다. 현행법을 따른다면 이 중소기업은 해외기업이 의중과는 달리 별도의 공장을 지은 뒤 용지를 공장과 같이 임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중소기업은 현재 보유한 산업용지를 해외기업에 임대해주고 그 용지에다 공장도 짓고 설비투자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행법은 특정 기업이 산업용지를 과점하면 실수요 중소기업의 산업용지 취득 기회를 빼앗을 우려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이 됐다. 하지만 온산 국가산단 기업이 처한 경우처럼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해외파트너의 새로운 사업제안 하나하나가 새로운 시장개척과 연결되는 소중한 기회”라며 지혜로운 해법 마련을 당부했다. 기재부는 3일 답변 성격의 계획을 공개했다. 경영환경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법령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온산 국가산단 기업들은 산업단지 내 놀리는 땅(=유휴부지)에 폐기물처리시설을 공동으로 설치·운영할 생각이지만 울산시의 우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마땅한 해법을 주문했다. 울산시가 다른 지역 폐기물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을 염려한다는 얘기였다. 입주기업들은 또 “산업용지 용도변경 하나만 상의하려 해도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부, 지자체 등 각지의 많은 기관을 수차례 방문해야 한다”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잘만 운영된다면 ‘투자지원 카라반’은 가려운 데가 많은 기업들에게 ‘효자손’ 이상의 역할을 할 게 틀림없다. 정부는 지난달 30일의 면담 자리에서 온산 국가산단의 한 입주기업 관계자가 했다는 다음 말을 정의로운 카라반의 심경으로 돌아가 경청해주기를 바란다. 그는 “이번 문제가 해결된다면 절이라도 하겠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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