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도시 울산을 기대하며
교통안전도시 울산을 기대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0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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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교통외근요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선생님. 신호위반 하셨습니다. 면허증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에이~ 아저씨. 요새 먹고살기 힘든데 이리 단속해 버리면 내보고 우짜란 말입니까? 좀 봐 주이소.” “선생님. 한두 번 위반하시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큰일 납니다. 저희가 이렇게라도 단속해야 앞으로 더 조심 안 하겠습니까?” “내 진짜 앞으로 잘 할 테니 이번만은 좀 눈감아 주이소.”

교통경찰이라면 현장에서 이처럼 정겨운(?) 실랑이를 안 해본 사람은 없지 싶다. 경찰관도 사람인지라 단속을 할지 계도를 할지 갈등하다가 결정은 ‘공감 받는 단속’ 차원에서 내리게 된다. 경미한 실수로 보이면 계도, 사고위험성이나 고의성이 보이면 범칙금까지 부과한다. 경찰관 단속의 궁극적 이유는 사고예방을 위해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운이 없어(?) 범칙금을 문다고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여러 기관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시민 가까이서 활동하는 기관은 도로 위의 교통경찰일 것이다. 교통경찰의 일원으로서 올해는 울산시민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한가득하다. 급증한 교통사망사고가 그 이유다.

올해 8월 27일 기준 울산의 교통사고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54%(37→57명)나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작년보다 6.9%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울산은 오히려 그 분위기에 역행한다 싶어 무척 당혹스럽다. 울산의 교통사고사망자 수는 2013년과 비교할 때 2017년은 절반 수준인 47%(119명→63명)로 대폭 줄었고, 2016~2017년은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감소 추세가 뚜렷했다. 그러기에 올해 통계는 더욱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 발생한 교통사망사고를 분석해보니 눈에 띄는 2가지 원인이 있었다. ‘새벽 음주운전’과 ‘차량 단독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음주운전 사망자는 올해 11명으로 작년보다 120% 증가했고, 특히 새벽시간대 사고가 많았다. 그 대책으로 5월 25일부터는 야간에만 하던 음주운전 단속을 새벽시간대까지 확대했다. 그 후 음주운전 사망자는 단 1명뿐이어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차량 단독사고 사망자는 작년에 비해 무려 300%, 4배(4명→16명)나 증가했다. 모두 안전운전 불이행이 원인으로 전신주, 중앙분리대 등 주변 공작물에 부딪치거나 차가 넘어지는 바람에 사망했고, 특히 이륜차 운전자가 10명(62.5%), 안전모 미착용은 7명으로 집계되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울산경찰은 교통시설물 개선, 제한속도 하향, 교통안전의식 개선 홍보·교육에 나서고 있다. 또 노인보행사고를 줄이기 위해 울산지역 경로당 1천여 곳을 전담경찰관 2명이 매일 방문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올해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교통안전협의회’를 발족, 매월 회의를 열어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역할을 분담한다.

다만 안전운전을 소홀히 해서 생기는 교통사고는 운전자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줄이기 힘들다. 울산이 태화강의 기적을 이루고 산업수도로 발돋움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한마음 한뜻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교통안전 의식 개선에 모두 동참해 ‘교통안전도시 울산’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 역시 ‘제복 입은 울산시민’으로서 의식 개선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김현우 울산경찰청 교통안전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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