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을 견인할 산업정책 방향
혁신성장을 견인할 산업정책 방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9.0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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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들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울산경제도 깊은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 등장은 요원한 실정이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필요한 국가경쟁력 지수는 2007년 세계 11위에서 2017년 26위로, 같은 기간 혁신지수는 8위에서 18위로 하락했다. 2006년 국민 1인당 GDP가 2만 달러에 진입한 이후 12년만인 올해에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행복지수도 2011년 OECD국 중에서 21위였으나 2017년에는 29위로 하락했다. 이처럼 삶의 질과 국민행복의 정체 및 하락은 그동안 시행한 산업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아니 어쩌면 제대로 된 일관성 있는 산업정책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 장치산업 위주로 짜여진 울산 산업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이런 새로운 혁신성장 전략은 과거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이나 창조경제 전략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다.

우선, 과학기술과 혁신의 역할이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행복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문제 해결에도 있음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아니 사회문제 해결이 훨씬 중요하다. 그것이 사회공동체 가치다. 또한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적 성과물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실현해야 한다. 연구개발(R&D)은 혁신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토대이나,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볼 때 양적인 투자 확대는 쉽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세계 2위권이며 GDP 대비 연구개발비 예산 수준은 1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어진 예산 내에서 그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R&D 정책의 핵심이다.

또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창업과 벤처투자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 스타트업 규모는 창조경제 전략 하에서 양적으론 크게 성장했으나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수한 기술력과 비즈니스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신사업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많은 이유는 불필요한 규제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손톱 및 가시, 전봇대 뽑기 등을 내세웠지만 역시 실행이 미흡했다. 이번에야말로 포괄적인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혁신을 충실히 이행하여 민간부문의 신사업 투자를 활성화시키자.

과거 정부들의 경제정책 성과가 미흡했던 이유는 계획보다는 실행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실행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러므로 인기에 영합하는 단발성, 선심성 정책은 절대 안 된다. 과거는 무조건 적폐라 버리지 말고 그 중에서 유용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계승함으로써 정책의 연속성과 다양성을 견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는 대한민국은 물론 울산의 산업정책을 수립하는 위정자가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곳간은 항상 가득 채워 있어야 든든하다.

한 그림이 멋진 예술품이 되려면 작가의 머리로부터 구상된 것을 형상화하는 정신적 고뇌의 산물이어야 한다. 반구대암각화에는 7천년 전 선사인들의 삶과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암각화가 없었다면 그 시대 생활상을 어찌 유추할 수 있겠는가. 그 바위는 선사인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현장이었다. 한참을 보노라면 사냥감이 더 많아지길 바라고 고래 사냥기술을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그대로 마음에 전해진다.

작금의 울산 산업정책 방향은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의 키와 같다. 사랑하는 우리 후손들이 울산에서 ‘행복하게 사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명운이 달려 있다. 울산의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마련하는 데 이보다 더 중요한 잣대가 어디 있는가.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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