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청장 고급의전차량 처분’의 숨은 뜻
‘북구청장 고급의전차량 처분’의 숨은 뜻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2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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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 울산 북구청장의 최근 행보는 파격(破格)의 연속이다. 취임 초기에는 취임행사를 취소함으로써 고스란히 남은 행사운영비 1천만원 정도를 지역 저소득계층을 위한 복지사업 예산으로 돌리게 했다. 근자에는 구청장 의전용 고급승용차(2012년식, 3천342cc 제네시스)를 공개 매각키로 함으로써 유지·관리 예산을 2천만원 남짓 아끼기로 해서 또다시 화제다.

얼핏 보기에는 ‘정치 쇼’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자초자종을 들여다보면 그런 꼼수와는 거리가 먼 것을 알 수 있다. 진정성과 일관성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이동권 구청장은 지난 7월 초 취임사를 통해 “불요불급한 사업은 축소 또는 폐지해서 예산 10%를 절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내년도 당초예산을 편성할 때는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를 줄여 예산을 절감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구청 안팎의 얘기를 간추리면, 취임사에서도 짐작이 가지만, 이동권 구청장의 격조 높은 고민은 취임 직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첫 결실은, 유지관리비가 많이 드는 고급승용차를 멀리하겠다는 결단이었다. 나라 안팎의 장기적 경기침체로 북구의 재정여건도 덩달아 나빠지고 있는 현실을 먼저 걱정한 것이다. 그래서 한 결심이, 이동이 편하고 실용적인 SUV(스포츠형 다목적자동차)를 의전차량으로 삼는 것이었다. 마침 북구에는 구청 소유 SUV차량이 여분으로 있었고, 그 덕분에 의전차량 문제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재 북구에서 한참 불고 있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다. 그 바람은 예산 절감만 겨냥한 것이 아니다. 이 구청장은 지난달 초 취임식에서 ‘저녁이 있는 삶’ ‘문화도시 북구’라는 문구를 새삼 떠올렸다. “이를 실현하려면 ‘사람이 먼저’라는 기본가치부터 지킬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달 초 간부회의에서는 주말 행사를 최소한으로 줄여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를 공직사회에서부터 뿌리내리게 하자”고 제안했다.

도시의 정체성은 단체장의 의지와 맞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구 공무원과 주민들은 ‘행운의 로또’를 잡았는지도 모른다. 이동권 구청장의 위민(爲民)정책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먼저’라는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가치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 북구에서 불기 시작한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전국 곳곳에도 몰아치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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