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로 도시와 농촌을 하나로
‘로컬푸드’로 도시와 농촌을 하나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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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Local Food)’는 인류가 집단 농경생활을 하면서 이미 시작되었다. 농경문화가 발생할 당시부터 인류는 먹을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고 부족한 것은 이웃과 물물교환으로 해결해 왔다. 이것이 오늘날 로컬 푸드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사회가 점차 커지면서 하는 일과 생산물이 나눠지고 나서야 거래를 위한 시장(市場)이 출현했는데 이때도 농산물의 신선도가 유지되는 범위가 시장거래의 한계였을 것이다. 즉,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안전한 거리 내에서 교류되고 분배되었던 것이다.

학술적으로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을 거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가는 나라와 사람마다 제각각이며, 대체로 면적이 넓은 나라는 크게, 좁은 나라는 작게 규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미국의 농업법(Farm Act)은 생산지에서 640km, ‘신 옥스퍼드 사전’은 반경 160km 이내, 영국 파머스마켓 협회는 반경 48km, 런던 파머스마켓은 160km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도(道), 시(市), 군(郡) 등 행정구역을 경계로 삼아 내부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형태를 로컬푸드로 본다. 핵심은 농산물의 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에 농업 분야에서 응답하는 것이다. 신선하고 안전해서 믿을 수 있는 우리 지역의 농산물이 더 좋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에 농업인들이 화답함으로써 생겨난 소비자 중심의 농업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이탈리아의 지역농업 육성정책처럼 직거래를 통한 농(農)과 식(食)의 윈윈(win-win)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로컬푸드는 소비자운동이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 내 고장 사랑을 위한 시민운동, 지역 농산물의 특화와 같은 다양한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면 이동에너지가 줄어드는 효과 즉,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가 짧아지는 효과가 있어 CO(일산화탄소)의 감소로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이다. 여기에 가격까지 착하면 금상첨화이다. 또한 농업인 입장에서 보면 소량·다품목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가까운 곳에다 신선한 상태로 팔 수 있어서 좋다.

그러면 객관적인 로컬푸드의 ‘안전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2015년 4월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농협중앙회와 로컬푸드 농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잔류농약 안전성 조사 지원과 참여농가의 농약 안전사용 지원, 국가인증 농산물 관리, 표준규격 등 품질관리 교육 실시가 그 내용이다.

현재 울산에서는 2013년에 처음으로 사업비 1억8천만 원을 들여 울주군 범서농협에 로컬푸드 직매장의 문을 연 후 매년 판매장을 늘린 덕분에 현재 7곳에 농업인과 귀농인 1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농업 규모가 큰 울주군에서 로컬푸드 통합지원센터를 언양 역세권 일원에 세운다는 목표 아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울주군은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농가소득 향상과 시민 먹을거리 안전을 도모해 ‘도농 상생’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칭 ‘울주 로컬푸드 통합지원센터’는 인증센터와 교육·지원센터, 유통가공센터 체제로 운영하는 농산물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업기술과 로컬푸드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연 4천650명을 대상으로 품목 다양화, 소비자 기호에 맞는 농업기술 및 마케팅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작물의 시기별 적기재배와 안전성 확보를 위해 현장 PLS(Positive List System=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 지도도 강화하고 있다.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인 로컬푸드가 농촌과 도시를 하나로 만들고 우리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대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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