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오? 네 탓이오?
내 탓이오? 네 탓이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2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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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제 위기와 실업대란을 맞은 경제현실에서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네 탓하기보다는 내 탓했으면 참 좋으련만 아직도 소인배들은 내 잘못보다는 남의 잘못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내 탓이오’는 천주교 주요 기도문에 나오는 ‘고백의 기도’ 중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기도이다.

고백 기도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로마 전례 양식 미사에서 참회 예식을 할 때 바치는 기도이다. 사제가 먼저 “전능하신 하느님과(Confiteor Deo omnipotenti)”라고 운을 띄우면 회중이 뒤따라 같이 합송하는 형식을 갖고 있다. 여기서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부분에서는 자신의 가슴을 세 번 치는 것이 특징이다.

가톨릭교회는 또한 고해성사를 받기에 앞서 고해를 준비하면서 이 기도를 바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어느 나라할 것 없이 그렇게 불황이 아닌데도 우리나라만 역대 최악의 불황이란 통계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하위 40%(1∼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급감행진을 이어갔다.

반면에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의 급증세를 이어가면서 소득분배지표는 2008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파급효과로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영세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눈에 띄게 감소한 데다, 최근 고용증가 둔화로 가구별 취업인원수가 급감하면서 1~2분위 소득이 급감했다.

이러한 최악의 고용 위기 상황과 경제적 난국을 놓고 여당에선 언론과 이전(以前)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네 탓 발언을 연발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고용 부진 원인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27조원 정도를 쏟아 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 투자가 약해진 탓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지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수년 전부터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경제체질이 강해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산업구조개선을 소홀히 해 경제 기초 체질이 약해지면서 고용 위기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 의장도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임금 격차와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고용 없는 성장도 더 고착화됐다고 하는 등 모두가 지난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을 쏟아냈다.

현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전(前) 정부, 전전(前前) 정부를 탓하고 언론의 프레임 탓이라고 넋두리하는 것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모두가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네 탓만 하다가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의 단초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현 정부와 정치권은 남 탓하는 핑계를 대지 말고 책임을 질줄 아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물론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과거 정부 탓도 얘기할 수 있지만 1년 4개월이 됐으면 그 성과는 이 정부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작금의 청년실업 문제와 어려운 경제상황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야지 소모적인 네 탓 공방만 벌여서는 안 된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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