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논의, ‘가덕도 꼼수’ 아닌가?
김해신공항 논의, ‘가덕도 꼼수’ 아닌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22 2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자치단체장들이 지난 21일 오후 KTX울산역 회의실에서 회동했다. 이들 3개 시·도 수장들이 자리를 같이한 것은 ‘동남권신공항 전담팀(TF) 합동보고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의견이 같은 사안과 온도차가 심한 사안이 동시에 있었다고 들린다. 특히 의견을 달리한 사안은 ‘가덕(도)신공항’ 건이었다고 전해지는 만큼 울산시민들로서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견 없이 합의한 것은 ‘김해신공항 정책 변경’을 정부에 건의하는 일이었다. 이에 앞서 단체장 3인은 △김해공항 확장으로 거듭날 김해신공항은 애초부터 ‘관문공항’이 아닌 ‘거점공항’으로 계획돼 있었고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후자의 경우, 김해신공항이 군(軍)공항과 민간공항 관련법을 적용하지 않았고, 5개 시·도 합의로 결정한 과업지시서 준수사항마저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부·울·경 단체장 3인이 대정부 건의문 전달에 의견일치를 본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딴 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신공항’ 얘기를 느닷없이 들고 나온 것이다. 오 시장이 이 문제를 또 다시 끄집어낸 동기에는 이해가 간다. 6·13 지방선거 때 그는 ‘김해신공항’ 카드를 눌러 덮을 ‘가덕도신공항’ 카드를 내세우고 출마해서 당선의 행운을 누렸고, 그런 탓에 그로서는 가덕신공항론이 잘만 굴러가면 ‘공약 이행’이란 큰 짐 하나를 더는 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그럴 속셈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 뻔하다. 하지만 송철호 울산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견해는 달랐다. 취임 직후의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가덕신공항론’에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지만 부산시장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자칫 3개 도시 공조의 틀에 흠집을 낼 소지가 다분해 보여 걱정이다.

본란에서는 ‘가덕신공항론’을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작금의 분위기를 잘만 이용하면 울산시와 시민들에게 유리한 ‘히든카드’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울산시와 부산시가 한 치 양보 없이 맞불 작전에 들어간 ‘원전해체산업’이나 ‘동남아 오일허브항’ 유치 경쟁에서 ‘양보적 동업자정신’을 갖도록 유도하거나 맞바꾸기 방식으로 ‘상생의 협치정신’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웃도시 부산시를 무턱대고 외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꼼수’인 줄 알면서도 줏대 없이 끌려 다니는 것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오거돈 부산시장의 가덕신공항 카드를 지혜롭게 활용해서 ‘밑지는 장사’만은 피해 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