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의 의미 산책
‘광복절’의 의미 산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2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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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광복절을 지났다. 북한에서는 이 날을 ‘해방 기념일’이라고 한다고 한다. 우리도 1945년 8월 15일에 우리 민족이 ‘해방되었다’거나 우리나라가 ‘독립되었다’고 말하기도 하며, 교과서에서도 ‘광복군’이나 의병들의 활동을 ‘독립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독립절’이나 ‘해방절’이라 하지 않고 ‘광복절’이라고 했을까?

이 날을 1949년 5월 국무회의에서 ‘독립기념일’로 의결했다가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해 ‘광복절’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기에 말의 의미로써 추리해 본다.

‘광복’(光復)은 한자 뜻대로 “빛(光)을 되찾았다(復)”는 의미다. 여기서 ‘빛’은 ‘국권’, 즉 영토와 국민들을 다스리는 나라의 권리, ‘정부의 주권’을 말하며, ‘되찾았다’는 것은 ‘원래 가지고 있다가 빼앗겼던 것을 다시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역사에서 보면 고려 때 원나라의 간섭, 조선왕조 시절에 명나라의 간섭을 받았으니 그 시기를 제외하고는 단군왕검의 고조선으로부터 삼국, 고려 등과 1910년 일본에 빼앗긴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독립국가였다. 이 중 어느 시기의 국권을 되찾았다는 의미일까? 우리 헌법 전문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아본다.

1948년 최초의 헌법 전문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했고, 1962·1972년 두 번의 전문 개정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했다. 또한 1980년 개정에서는 “유구한 민족사, 빛나는 문화, 그리고 평화애호의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했다가, 1987년 10월 29일 9차 헌법 개정 때 현재와 같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고쳤다.

‘유구한 역사’와 ‘삼일운동의 독립정신’은 모든 곳에 공통적이고,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은 최초와 최종 두 군데가 공통적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유구한 역사 속의 국권을 계승하면서 특히 ‘삼일운동으로 건국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는 말이다. ‘법통은 임시정부 시절의 대한민국’을 잇되, ‘국권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가지고 있다가 1910년 빼앗겨 임시정부 시절에 완전하게 행사하지 못했던’ 것을 되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광복’이라는 말 속에 이런 애매한 점이 있다 보니, ‘독립’ ‘해방’이라는 용어가 함께 쓰이게 된 것 같은데, 이 말들은 조심해서 사용해야 할 점이 있다.

‘독립’이라는 말은 1919년 3월 1일 3·1 독립선언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독립국임을 선언하고, 4월 11일에 민주공화제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을 건국했으며, 이때부터 1948년 이승만 대통령 당선 선포문과 이 내용이 실린 관보 제1호의 발행일에 ‘대한민국 30년’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듯이 ‘독립국임을 과시’하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1945년 8월 15일을 ‘독립 기념일’이라고 하거나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하고, 1919년~1945년간의 대일 광복 투쟁을 ‘독립운동’이라고 한다면,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1919년 대한민국의 건국과 임시정부의 수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리고 ‘광복’은 내가 하는 것으로서 일본군에 대항하여 전쟁도 하고, 유엔에 외교도 펼치는 등 우리가 노력을 하여 얻어냈다는 능동형 용어이지만, ‘해방’은 일제가 ‘스스로’ 또는 ‘강대국이 도와주어서 할 수 없이 해방을 시켜주었다’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광복절이라고 이름 붙여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소에 ‘독립’이나 ‘해방’보다는 ‘광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교과서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의 대일 민족투쟁을 ‘3·1운동’ ‘독립운동’ ‘의병운동’ 등 ‘운동’ 대신 ‘대일 광복 투쟁’이라는 용어로 바꾸기를 제의한다. 이렇게 되면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논란은 그 의미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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