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십니까? 런던스모그를…
기억하십니까? 런던스모그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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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이 지났다. 밤에는 거짓말처럼 약간의 쌀쌀함마저 느껴지는 가을 날씨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고, 그 더위는 너무나도 길었다. 수년전 인기 드라마에서도 소재가 되었던 1994년 여름보다 올해가 더 더웠다. 기상당국은 폭염의 원인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주변으로 길게 발달한 때문이라고 한다. 한반도 주변 대기의 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해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었고 고기압 아래 맑은 날씨로 강항 햇볕이 내리쬐어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7월 한 달 동안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은 초미세먼지(PM2.5) 농도의 수준이 높았다. 특히 울산은 2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의 수준을 보인 날이 10일이었다(울산시 관내 모든 도시대기측정소 평균 기준). 나쁨 수준 이상이 3일에 한번 꼴이었던 셈이다. 울산시민들은 폭염에 초미세먼지까지 이중고를 겪었던 것이다.

울산은 뚜렷한 계절풍 특성을 가지고 있다. 봄, 가을, 겨울에는 대부분 북서풍과 북풍에다 간헐적으로 북동풍까지 북풍 계열의 바람이 분다. 이 바람들은 울산지역 도심과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을 동해로 쓸어낸다. 반면 4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바람의 방향이 180도 바뀌어 남동풍 또는 남풍이 주로 분다. 이러한 바람은 대규모 항만과 국가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도심으로 이동시킨다. 게다가 이 시기 바람의 특성을 부산, 경남, 경북까지 확대해서 살펴보면 바람이 이들 지역에서 울산으로 불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울산으로 수렴된 바람은 급속히 풍속이 감소하여 정체된다. 해안을 끼고 있는 울산의 특성상 밤과 낮에 해륙풍이 불기는 하지만 영향범위가 넓지 못해 오염물질이 밤에는 울산 근해로 몰려나갔다가 낮부터 다시 도심으로 몰려들어온다. 즉 주변지역에서 울산으로 들어오는 오염물질이 외부지역으로 이송·확산되지 않고 계속해서 축적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달리 울산은 이 시기에 대기환경이 좋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는 평년보다 고기압이 발달했다. 고기압이 발달하면 침강형 역전층이 생성되는데, 이는 오염물질의 수직확산, 즉 오염물질이 퍼질 수 있는 높이를 낮추게 되어 상대적으로 대기물질의 농도가 높아진다. 또 고기압이 발달되면 맑은 날씨가 계속되고 햇빛이 강해 오염물질들이 대기 중에서 광화학반응을 활발히 일으켜 2차 오염물질이 생성된다.

7월 동안 울산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대기오염물질이 축적되고 지역 내부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된 2차 오염물질까지 더해져 나쁜 대기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들의 공기 흐름을 분석해보면 남해안의 대단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위치한 지역을 통과해서 오는 사례가 많았다. 그리고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한 시점의 성분들을 살펴보면 유기탄소 성분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입자상물질은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변환된 암모늄황산염과 암모늄질산염이 대략 50% 전후를 차지한다. 하지만 농도가 높아진 시기의 울산 대기 중 초미세먼지의 성분은 유기탄소 성분들이 약 44%를 차지했다. 이는 석유화학단지 등지에서 배출된 다량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대기 중에서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초미세먼지를 생성시킨 탓이다.

울산지역의 시간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커다란 변화가 없다. 국외 영향을 받아 전국적으로 대기환경이 악화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울산 대기환경 악화의 중요인자는 기상상태일 것이다. 지난 7월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혹시 ‘런던스모그’를 기억하는가? 런던스모그는 1952년 12월 5일부터 약 1주일간 런던에서 지속된 사상 최악의 스모그다. 그 당시 석탄을 사용하는 난방은 일상적이었고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의 배출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안정된 고기압 권역에 들어가면서 대기는 정체되었고 새벽에 생성된 역전층으로 인한 수직확산 저하, 석탄 연소로 인한 황산화물과 안개 반응에 따른 황산미스트의 생성은 무려 4천여 명의 사망자와 10만 명 이상의 호흡기질환 환자를 발생시킨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재앙이 되었다.

물론 7월에 나빴던 대기환경의 특성은 런던스모그와는 다르다. 하지만 일상이 상황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교훈이 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난 7월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면 울산지역 산업시설의 운전강도를 조절하고 차량 이용을 자제하는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나가야 하지 않을까? 경제적인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지만, 대기환경문제는 생명과 연결된 숨을 쉬고 사는 문제이니까….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정책연구실,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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