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보낸 ‘인생 전반전’
산업현장에서 보낸 ‘인생 전반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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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울산 경제발전과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약속이다. 한결같은 각오로 열심히 살아왔다. 돌아보면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주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은혜를 받았다. 지금 이 글도 좋은 인연을 만나 얻은 은혜로 쓰는 게 아니던가.

내 인생은 제2의 고향이며 실질적인 고향인 울산이 무대다. 무려 37년간 산업현장에서 젊음과 열정을 불사르며 근무하다가 2004년 영예롭게 옷을 벗었다. 1967년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한 후 SKC 초대 공장장을 맡아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전환시켰고, 마지막에는 SK 부사장으로서 회사를 우리나라 최고의 회사로 성장시키면서 “대한민국과 울산 경제발전에 크게 일조했노라”며 감히 자긍심도 높았다.

과거로 잠시 돌아가 보자. SK(주) 울산콤플렉스는 환경친화적 공장을 실현하기 위해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전 공정에 걸쳐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개선사업을 전개했다. 국내 최초로 생화학적 폐수처리시설을 구축했고, 소각로·매립장·냄새방지시설·탈황시설 등 주요 환경시설을 동시에 완공해 오염물질 처리시설의 수직계열화를 달성했으며, 1996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공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을 활용하는 재생연료 제조시설을 설립해 유해한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 선도적 환경경영을 적극 실천했다.

그 결과 ISO 14001 인증, 환경부 환경친화기업 선정, 환경부 환경마크 획득, 매일경제 환경경영대상 수상, 환경부 에너지절감 유공자 대통령상 수상 등의 실적을 쌓으며 친환경기업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평소에도 ‘기업의 환경보존 의지는 생산성 극대화에 비례한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환경을 무시한 기업경영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제는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기업경영만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즉 환경보존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아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하나 영원히 기억에 남을 일이 있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여년간 1천억원을 들여 울산대공원을 건립해 울산광역시에 기부한 일이다. 이는 지난 40여년 동안 회사 발전의 터전이 되어온 지역사회 성장에 기여하고 울산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취지 아래 계획된 것이었다. 2002년 4월에 42만여㎡의 공사를 마무리해 1차 개장을 했고, 2006년 4월에는 전체 공사를 마무리해 지역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친환경 휴식처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30년간 이곳에서 기업이윤을 얻었으니 마땅히 시민들에게 보답해야 합니다.”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던 고(故) 최종현 회장님의 말씀이다. 이렇게 울산대공원은 울산시민과 SK의 믿음으로 맺어진 인연을 상징하고 있다. 대공원이 100% 완공되기 전에 회사를 나왔지만 대공원 건설에 일조했던 추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보물 중 하나다. 지금도 봄·여름·가을·겨울 계절 구분 없이 울산대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이 뿌듯하다.

지구는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잠시 빌린 것이다. 현대사회의 모든 가치관이 물질만능주의로 바뀌면서 급속한 도시화와 기업들의 대량생산을 위한 환경 파괴, 에너지 낭비, 정체불명 화학제품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인해 도리어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는 부메랑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기업은 이익 창출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구환경을 지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박종훈 화학네트워크포럼 대표, 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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