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한 해이기를
더불어 살아가는 한 해이기를
  • 최재필 기자
  • 승인 2008.12.28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한 여승이 불상을 만들어서 황금 꽃잎으로 덮었다. 불상은 매우 아름다웠고 여승은 어디를 가나 그 불상을 지니고 다녔다.

여러해 뒤 여전히 불상을 지니고 다니던 여승은 어느 작은 절에 정착을 하게 됐는데 그 절에는 불상이 많이 있었고 저마다 따로 제단이 있었다.

여승은 날마다 자기 황금 불상 앞에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향의 연기가 더러는 옆에 있는 제단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여승은 종이 깔대기를 만들어 그것을 통해 연기가 자기 불상으로만 피어오르게 했다.

결국 이 연기 때문에 아끼는 황금 불상의 코 부분이 까맣게 보기 싫게 되어버렸다”는 내용은 앤소니 드멜로신부의 ‘개구리의 기도’의 한 줄거리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일면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내 것만이 소중하고, 내 자식만 잘나고, 똑똑하고, 상처받지 않아야 하고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나 공공의 것은 함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가?

온 산의 바위에 섬뜩할 정도로 큰 십자가를 붉게 그려놓은 그 사람은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을 알고 있는지, “모든 생명들이 사는 곳이 그대로 보살의 정토”라고 하는 불경구절을 읽었다면 극락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오늘 우리가 사는 바로 이곳이 극락이라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 것인가.

지금 지구촌은 불확실의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이빨처럼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회구성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더 이상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

명심보감에 남을 탓하는 자는 깊이 사귈 수 없고 자기를 용서하는 사람은 스스로 허물을 고칠 수 없다(云責人者 不全交 自恕者 不改過)고 했다.

조국을 떠나서 살고 있는 在美韓人자원봉사자회 산하 청소년 봉사단체인‘파바주니어(PAVA Junior)’의 회원들 이야기를 들어보자.

“거리의 노숙자와 외로운 노인을 도우면서 제 자신을 있게 해준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며 소외된 이들 또한 모두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다”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고, “봉사활동을 통해서 얻은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의식’”이라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체험을 통한 사회교육이 참 교육이라는 것이 너무나 절실하게 와 닿았다.

지난 12월 9일 이민 1세로서 미국의 캘리포니아 어바인시 시장으로 취임한 강석희시장은 ‘한인community의 승리’라고 힘주어 말하며 그레이트 파크 건립의 가시적 성과 중에 한국을 알리는 공간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낭보를 접하면서 한인community 의 장래가 밝다는 느낌이 든다.

미주 전역의 300만 한인들의 얼굴이자 손발이 되어 community 및 주류 사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PAVA Junior Member들이 훌륭한 젊은이들로 성장하는 그날을 위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새해가 되기 전에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자신을 업경대業鏡臺에 비춰보면서 그동안 다 갖지 못해서 찡그리고 살아왔다면 얼굴의 주름도 펴고 다시금 기운을 가다듬는 새해, 공부만이 살길이라는 듯이 아이들을 내모는 부모들이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는 현명함을 보여주는 원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권오성 저널 리스트

[취재수첩]부·울고속도로의 ‘빨대효과’

울산과 부산을 '30분 생활권'으로 묶는 부산~울산고속도로가 오늘 개통된다. 이 고속도로 개통으로 지역에서는 의료기관, 쇼핑·문화시설 등 생활문화 기반시설이 우세한 부산으로 인구유출이 예상되는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울산시는 고용여건이 좋은 울산으로의 인구유입이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문화·교육 등 도시 인프라 구축이 앞당겨져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과연 울산시의 전망처럼 이 고속도로가 인구의 '탈울산'을 막고 지역 경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 확신할 순 없지만 울산시의 입장은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지방 분산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던 KTX 개통이 오히려 의료 및 교육, 쇼핑 등 생활편의시설이 뛰어난 수도권으로의 지방 인구 흡수를 더욱 가중시킨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물론 울산시의 주장대로 고용여건은 부산보다 울산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일자리를 위해서 울산에 정착하며 울산시민으로 살아갈까? 고속도로 통행료, 기름값 등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들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역 경제에 영향력 있는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그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울산을 떠날 확률이 크다. 또 부산에서 울산으로 돈 벌러 오는 사람들도 기존에 누리던 혜택을 뿌리치고 울산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 경제 발전은 어떨까? 울산시민들은 쇼핑·의료·교육·문화 시설이 월등한 부산으로 울산에서 번 돈을 쓰러 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소비의 '빨대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비 이탈 현상이 있겠지만 울주군 가지산과 신불산 등 영남알프스, 진하해수욕장, 언양·봉계 한우불고기 특구단지 등 지역 관광지 접근이 용이해져 울산 홍보 및 외지 관광객 유치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규모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울산이 해운대, 광안리 등 대규모 관광단지를 갖고 있는 부산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울산은 이처럼 소비의 빨대효과를 막기 힘들어 보인다. 부산이 갖고 있는 인프라를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산은 산업도시의 이점을 특화, 내실있는 기업체를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교육·의료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장기적 관점의 도시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 최재필 기자 편집국 정경부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