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이 고장 난 시대
감정조절이 고장 난 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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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 목격한 광경이다. 울고 있는 아이를 엄마인 듯한 사람이 큰소리로 야단을 치며 다그치고 있었다. 심지어 손찌검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혼을 내며 다수의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참지 못하고 저럴 수 있나 싶었다. 도로에서는 차를 운전하다 실수라도 조금 하면 빵빵거리고 난리도 아니다. 인터넷의 댓글은 읽다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신문이나 뉴스에도 수시로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사건 기사가 올라오고 주변에서 다른 사람이 무심코 한 말이나 글에 화를 격하게 내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을 때나 다른 사람이 나를 오해했을 때 쉽게 분노하고 상대에게 화를 낸 경험이 있었는지 자문해 보면 공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감정의 변화가 빨라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흥분하기 쉬우며 참을성이 부족한 기질을 다혈질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살아가면서 이래저래 손해가 크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의학에서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이런 형태를 분노조절장애로 규정한다. 순간 욱하는 충동을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나아지고 개인의 권리가 신장되어 나타난 것인지 자유가 방종으로 변질되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신은 한 사람을 망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화를 돋운다’라는 서양 격언처럼 사람은 화가 나면 이성을 잃게 되고 이성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까지 가져온다. 누구나 살다보면 화가 나거나 분노를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겪게 된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감정의 노예가 되어 휘둘릴 것인지 감정을 잘 억제하고 냉정을 잃지 않는 태도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것인지 짧은 불경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보자.

남의 흉을 잘 보는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방안에 앉아서 밖에 있는 어떤 사람의 흉을 보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밖에 있던 어떤 사람이 이내 방으로 들어와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 주먹으로 때렸다. 이 모습을 본 사람이 두 사람을 다 나무랐다.

“당신은 왜 함부로 남의 흉을 보고, 왜 당신은 무턱대고 사람을 때리는가.”

“이 사람이 나에게 화를 잘 내고 경솔하다고 흉을 보았기 때문에 내가 저 사람을 때린 것이다.”

“잘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금 저 사람의 말대로 경솔하여 화를 내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입을 잘 단속하고, 자신의 허물을 먼저 닦아라.”

그제야 그 사람은 머리를 숙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흉을 보던 사람도 마침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이 이야기처럼 작은 일로 화를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다 후회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시비를 붙여 싸우는 사람, 상사의 지시에 순간적으로 욱해서 사표 던지는 사람, 가족끼리 사소한 말다툼으로 불화를 키워 결국 절연하고 사는 사람 등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후회되는 일들……. 화난다고 돌을 발로 차면 아픈 건 내 발가락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자. ‘화를 내면 문제가 해결 될까?’ 자문해 보면 답이 보인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될 정도의 중증 장애가 아니라면 자신의 노력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분노를 다스리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는 자세만 갖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할 수 있고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 못하게 된다.

김성재 정의당 울산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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