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입차 관세 현실화 땐 지역 불황에 기름
美수입차 관세 현실화 땐 지역 불황에 기름
  • 김규신
  • 승인 2018.08.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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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철회 압박에도 ‘아메리카 퍼스트’ 확대 양상
국내 최대 車생산기지… 부품협력사까지 직격탄
미국이 수입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인 울산지역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고율관세 부과시 그 피해는 완성차 업체를 넘어 부품협력사까지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위협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천억 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 업계와 의회가 관세부과 중단을 요구하고 관세부과 유예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관세 부과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정치권 목소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약한 정치인’이라 폄하하며, “미국이 당해온 수탈(무역적자)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가 8만2천개에서 최대 75만개까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 손실 또한 64억 달러에서 최대 622억 달러로 추정되는 등 미국 경제와 고용, 소비자에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내 연구 결과가 나왔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와 지역경제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켜 이해 당사국의 경제 침체를 가져오고 글로벌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면서 “불행 중 다행으로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EU집행위원장이 양측의 무역협상이 진행하는 동안에는 추가적인 관세부과 조치를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불을 놓으며 수입자동차에 보복관세로 이어졌더라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유럽시장 수출길마저 막히게 될 처지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결과”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다른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압력을 가하고 있고, 한국을 유효 사정권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알루미늄, 세탁기, 태양광 패널에 관세폭탄을 부과한 것에서 더 나아가 자동차는 물론 1976년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돕기 위해 도입한 일반특혜관세제도(GSP)에도 손을 대며 통상압력을 가하는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방위로 무역전쟁을 확대해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부과 위협이 현실화되면 연간 85만대에 달하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OECD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수출을 뺀 대다수 경제 지표에서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자동차 수출마저 꺾이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기지가 있는 울산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지역 경제 전문가는 “울산의 3대 주력산업 가운데 조선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자동차마저 꺾이게 되면 지역 공동화 현상이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는 전후방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완성차 생산량이 급감하게 되면 부품협력사들은 극심한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몰리는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심각한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힘겹게 버텨 온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인원을 구조조정하고 일부 공장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역 경제 전문가는 “향후 5년간 자동차산업 연관 일자리 65만개가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연간 30만대가 넘는 차량을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와 울산이 느끼는 위기감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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