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의 차이
발걸음의 차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16 2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학을 하자마자 울산교육연구소의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수도권으로 교육탐방을 다녀왔다. 요즘 들어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교육청과 몇몇 교육청에서 깊이 있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마을 교육 공동체’의 진행에 대해 직접 눈으로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비록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기도 오산시와 서울 강북구청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장 책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각각의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마을 교육 공동체 사업의 성과와 지역주민의 반응,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버렸다. 아직까지 우리 울산에서는 ‘교육’에 대한 문제는 학부모와 교사, 학교와 교육청에서만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대부분인데, 이미 이들 지역에서는 이런 짧은 생각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각종 소모임 및 시민단체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 모두의 문제로 교육을 바라보고 있다는 시각에 부러움이 절로 일어나기까지 하였다.

탐방 둘째 날, 서울 왕십리역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마을 교육 공동체를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 토론회’에서 전개되었던 깊이 있는 고민과 논의는 뒤늦게 출발하고 있는 울산교육의 발전에 대한 큰 자극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거버넌스의 한 축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학부모와 지역별 소모임 또는 시민단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그 의지는 오히려 초기 사업을 추진하였던 관(지방자치단체)-학(학교와 교육청)의 노력이 조그마하게 보일 정도로 대단한 열정과 참여의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점은 함께한 우리 탐방모임보다 한 발 앞서 이미 울산 중구청에서도 방문하여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세세한 조언까지 받고 내려갔다는 얘기를 오산시의 평생교육 담당과장으로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 교육감 또한 관련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과 함께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있어 더욱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똑같은 광역시·도 교육청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어떤 곳은 한 발 앞서 걸어가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뒤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미 앞서 가고 있다는 교육청 또한 돋보기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세세한 단위마다 그 발전 속도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새 교육감이 부임한 지 이제 5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정책의 방향과 비전에 대해서 논의하기는 쉽지가 않은 일이다. 혁신학교나 교육 안팎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개선 등에 대한 정책은 이제 첫 발걸음을 어떻게 디딜까에 대한 걱정으로 교육청의 고민 또한 깊어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여유를 갖고 넓은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학교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교육청의 비전이 아무리 뜨겁고 목표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변화가 이루어지는 현장은 말 그대로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 또한 현실적인 문제이다. 학교 개혁과 발전의 속도는 학교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그 구성원들의 의지와 참여도에 따라 전개되는 방식 또한 같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지 않는가!’

교육 현장의 개혁과 발전 속도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정책이 되지 않으면 자칫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뿌려질지 모를 일이다. 정책의 조급함으로 속도의 차이를 무시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적용만을 강조하여 사업의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의 어려움을 들으면서 그 오류를 수정해 주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발걸음의 보폭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울산 교육의 발전’이라는 이정표가 같다면 조금 더디더라도 함께 품고 가야 할 역할이 교육청에서 맡아야 할 책임이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