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의 역사산책]아담과 이브는 우리 조상이 아니다!
[박정학의 역사산책]아담과 이브는 우리 조상이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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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아담과 이브가 등장하는 창세기로 시작하듯이 세계 거의 모든 민족의 역사는 창세신화로 시작한다. 창세신화는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약 500만 년 전부터 기록을 남긴 약 5천 년 전까지, 인류역사 전체 기간의 99.9%에 해당하는 긴 기간 동안, 민족마다 다른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경험, 특히 ‘정신활동’ 경험이 축약된 것이다. 따라서 그 민족의 원초적 사유방식이 내포되어 있고,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는 원동력인 겨레 얼이 담겨져 있으므로 신화학에서는 이를 ‘민족 신화’라 할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는 원시시대를 인류가 사용한 연장의 질적 변천을 나타내는 ‘구석기-신석기-청동기’ 시대로 이름 붙여 우리 조상들이 야만인이었다는 것을 강조할 뿐 홍익인간 사상의 뿌리로서 우리 겨레의 원초적 사유방식 형성의 역사인 ‘창세신화’는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얼을 없애려고 우리 역사를 축소 조작했던 조선총독부의 의도와 무관하기를 바란다.

한편, 기독교 신자가 늘어나고 어릴 적부터 성경에 접하는 계기가 많아짐에 따라 우리 국민들 중에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 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면서도 우리 민족의 창세신화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성경의 창세기는 우리 민족이 아닌 유대민족의 창세신화이므로 유대민족의 사유체계가 담겨져 있다.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는 우리 민족 창세신화 속에 들어있는 겨레 얼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형성된다. 따라서 우리 민족정신이 아닌 유태인의 정신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해석할 수 없음은 너무나 확실하다. 그러니 우리 국민들은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무리사회·부족사회·고을나라·국가사회로 발전한다는 인류사회 발전단계설과 부합하는 『삼국유사』의 환국-신시-고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 전개의 바탕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울주군 삼동면에서 어머니로부터 ‘아기를 점지해주는 마고할미’ 얘기를 종종 들으면서 자랐다. 그러다 1970년대에 역사 공부를 하던 중 『부도지』 속의 ‘마고신화’를 접하면서 우리 민족에게 성경의 아담·이브 창세기와 완전히 다른 우리 민족 창세신화가 있다는 것 때문에 환호했던 기억이 있다. 이어서 『환단고기』의 나반과 아만 신화, 『규원사화』의 환인-환웅 신화도 접했다.

그 후 우리 창세신화에 대한 연구 자료를 찾다가 『한국의 창세신화』 등 여러 권의 우리 창세신화 연구 서적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지역별로 다른 무당들의 노래(巫歌) 가사에서 우리 민족의 창세신화를 찾아내고 있었다. 창세신화가 들어있는 책들이 모두 위서 시비에 걸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구두로 전해진 ‘신화’라는 점에서 무당노래만큼의 가치는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무가(巫歌) 속의 삼신신화를 비롯한 많은 신화들과 마고신화 등의 우리 창세신화에는 한결같이 서구의 원죄·자유·평등사상을 넘어서는 우리 민족 고유의 사유체계인 밝음·우주적 평등·자유·하나 됨의 사상이 들어있었다. 이 ‘어우러져 하나 됨’의 사유체계 때문에 게오르규가 1970년대에 ‘홍익인간 사상이 경쟁과 투쟁 원리로 극단적 양극화를 빚고 있는 현 인류사회의 희망’이라고 말한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하루빨리 우리 겨레 얼이 담긴 ‘우리 민족 창세신화’를 제대로 정립하고 역사교과서의 맨 앞에 게재해야 한다. 그리하여 머지않아 다가올 통일조국과 새로운 미래 인류사회를 선도해나야 할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 겨레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원동력으로서 현재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한류의 뿌리가 ‘어우러져 하나 됨’을 추구하는 우리 겨레의 얼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인류사회의 희망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과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지게 될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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