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노동환경과 교육시간
[교육단상] 노동환경과 교육시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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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기간이 되면 늘 언론의 헤드라인 단골로 ‘맞벌이가정 유치원(어린이집) 방학으로 동동, 걱정 태산’ 등의 글을 자주 접하게 된다. 방학 기간 동안 유아들을 맡길 곳을 찾느라 부모들이 너무 힘들다는 기사이다.

그래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방학 기간 동안 교육(보육)공백을 채우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거나 또는 방학 기간 동안 대체교사나 당직교사가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양쪽 부모가 휴가를 1주일도 내지 못하는 것이냐, 교사도 쉬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 중에서 유아들의 입장을 대변한 내용은 없는 듯해 아쉽다. 아이들은 그저 부모나 선생, 사회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로 아동의 권리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이 사회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방학 때 거창한 휴가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저 학교를 안 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나지 않았던가!

유아들도 마찬가지이다. 유치원생활이 즐겁지 않아서가 아니라 유아들도 집에서 그냥 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속옷만 입고 있어도 되고, 화장실에 갈 때 줄을 서지 않아도 되며, 나 혼자만의 장난감도 마음껏 가지고 놀고, 부모님의 사랑도 독점하면서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 ‘약속을 지키자, 배려하자, 친구에게 양보하자’ 등의 잔소리도 듣지 않고 그냥 쉬고 싶지 않을까?

직장생활과 자녀양육의 양립이라는 문제의 해법을 언제나 교육(보육)기관 운영 시간의 연장에서 찾거나 그 답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 것은 유아들의 입장과 권리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보육)환경을 노동환경에 적합하게 바꾸면 자녀양육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부모들이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니 교육(보육)환경을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유아들이 교육(보육)시설에서 8시간 이상 있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피곤한 일상이다. 사상 최저의 출생율과 인구절벽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환경을 자녀 키우기에 좋게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법적으로는 남녀 모두에게 육아휴직 제도가 보장되어 있지만 어쩐 일인지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해서 자녀를 돌보게 되면 신문이나 뉴스에도 나는 특별한 일이 된다. 또한 이러한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하고도 직장생활과 승진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유연근무 제도라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자녀 양육을 위해 신청하고 운영되는 예는 미미하다.

만약 어린이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된다면 육아휴직 제도와 유연근무 제도를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못 박지 않겠는가? 만 5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모두 육아휴직 기간을 의무적으로 소진해야만 하고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오후 3시 퇴근 의무화를 어길 때는 벌금뿐만 아니라 구금형도 불사할 것이다. 다만 자녀양육 기간 동안의 임금은 확실히 보장해 주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지금의 사상최저 출생율과 인구절벽의 현실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저출산위원회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하는 방안을 계획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부모의 안정된 노동환경을 위해 자녀의 교육(보육)시간 연장에서만 그 해법을 찾는다면 저출산위원회가 해산되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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